26일 토마스 헹겔브로크 지휘로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내한공연을 갖는 북독일방송교향악단이 이 코너에도 자주 소개되었던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1번을 연주합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아라벨라 슈타인바허는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합니다. 말러와 멘델스존, 단 두 곡입니다.
펠릭스 멘델스존(1809∼1847)과 구스타프 말러(1860∼1911)는 활동 시기가 반세기 남짓 떨어져 있습니다. 얼핏 떠올려보아도 별로 닮은 부분이 없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음악사에서 독특한 개념으로 묶입니다. 바로 대표적인 ‘유대인’ 작곡가였다는 것입니다.
멘델스존은 유대인 은행가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개신교 신자로 세례를 받았습니다. 말러는 37세 때 가톨릭으로 개종했습니다. 당대 세계 음악계를 대표하는 자리였던 빈 국립오페라 음악감독 자리에 앉기 위한 정지작업이었지만, 음악계의 극우적 인사들은 이 ‘유대인’을 몰아내려 안간힘을 썼습니다. 10년이 지나 그는 내몰리듯 대서양을 건너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멘델스존은 교향곡 5번 ‘종교개혁’으로 열렬한 개신교 신앙을 고백했지만 그가 죽은 뒤 리하르트 바그너는 ‘음악에 있어서의 유대성’이라는 책자를 발표하며 멘델스존과 같은 유대인 작곡가의 음악은 독일 음악이 가진 본래의 깊이를 담아내지 못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말러와 멘델스존의 음악은 독일에서 1933년 나치가 집권한 뒤 금지됐습니다.
이번에 멘델스존과 말러를 연주하는 악단이 북‘독일’방송교향악단의 이름을 갖고 있다는 점은 이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최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제2차 세계대전 종식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독일의 과거에 대한 ‘사죄’를 넘어 연합국의 희생 덕택에 독일이 ‘해방’되어 감사하다고 밝혔습니다. 현재의 독일과 나치 독일이 일종의 ‘적대국’ 개념임을 밝힌 것입니다.
똑같이 연합국에 의해 패망했지만 전쟁 전의 국체와 나라의 대표자까지 계승하고, 해군 깃발까지 그대로 인계받아 이용하고 있는 어떤 나라와는 사뭇 비교된다고 할까요. ‘독일’의 이름을 표방하는 방송교향악단이 독일에 여럿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 중 대표적인 한 곳이 연주하는 두 유대인 작곡가의 곡을 어서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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