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행사, 26∼30일 부산-경상권서 열려
생활속에 스며든 문화예술 가치… 일상서 되새기는 유네스코 이벤트
공연-전시-낭독회 등 다채로운 행사… 일반인 참여 프로그램 많아
지난해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행사 당시 서울역에서 진행된 ‘2시부터 6시까지의 우리’ 프로그램에서 어린이들이 예술가와 함께 주변에서 구한 물건으로 지도를 만든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 경기 고양시에 사는 김삼순 할머니(72)는 50대 이후 시력이 점점 나빠지다가 이젠 명암만 구별할 수 있는 시각장애인이 됐다. 김
할머니는 지난해 3월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우연히 단소를 배운 뒤 그 매력에 푹 빠졌다. 악보를 볼 수 없어 강사가 일일이
손으로 단소 구멍을 누르는 순서와 길이를 알려줘야 할 정도로 힘든 과정을 거쳤지만 이젠 동요쯤은 능숙하게 연주할 수 있다. 요즘 김
할머니는 ‘아리랑’과 ‘섬집 아기’를 맹연습하고 있다. 26∼30일 부산 일원에서 열리는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행사 개막식에
연주자로 초청됐기 때문이다. 》
김 할머니는 “복지관에서 단소를 배운 것도 즐거운데 큰 행사에서 연주를 하게 돼 더욱 즐겁다”며 “사람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고 하는데, 저는 백 냥만 갖고 사니까 앞으로도 열 배 더 노력해 많은 사람에게 내 연주를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유네스코가 2011년 매년 5월 넷째 주를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으로 정한 뒤 국내에서도 2012년부터 관련 행사가 열리고 있다. 김 할머니처럼 생활 속에 문화와 예술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교육하고 그 가치와 중요성을 되새겨보자는 취지의 행사다. 올해 처음으로 수도권 중심에서 벗어나 부산 중심의 경상권 일대에서 열린다. ‘마음, 꽃길을 열다’란 슬로건(사진)으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역시 일반인의 참여 프로그램이 많은 게 특징이다.
26일 오후 5시 부산 중앙동 비욘드 개러지에서 열리는 개막식 ‘마음 정원’은 관객석과 무대를 구분하지 않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김 할머니와 ‘꿈의 오케스트라’의 클라리넷 주자 천승운 군(12)의 연주, 중학교 2학년생으로 구성된 ‘꽃중딩 무용단’의 공연은 물론이고 현대무용단 ‘모던 테이블’과 목관 5중주 앙상블 ‘엘라스’의 초청 공연도 모두 200여 명의 참가자와 섞인 채 진행된다. 함께 진행되는 박민권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데이비드슨 헵번 전 유네스코 의장, 민동석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주성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원장의 초청 강연도 마찬가지다.
일반인 참가 행사로는 26∼30일 열리는 ‘예술가와 꽃장난’이 눈에 띈다. 사진 미술 연극 사운드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와 함께 일반인이 작품을 만드는 것.
27일 오후 6시 부산 중앙동 또따또가에서 열리는 ‘열 살 영상제’는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제정 10주년을 기념해 10세 아이들이 사전에 만든 영상물을 상영하고 현장에서 즉석으로 영상물을 만들어본다. 영상제에 ‘아무도 없는 놀이공원’이란 제목의 영상물로 참가한 박서진 양(서울 잠동초 5년)은 스스로 음악을 먼저 정하고 줄거리를 짜고, 직접 그린 그림을 영상으로 구성해 작품을 만들었다. 박 양의 어머니 송미경 씨(42)는 “짧은 영상 안에 스토리도 있고, 본인이 말하고 싶은 주제도 분명해 놀랐다”며 “이번 영상제 참가를 통해 아이가 자신감을 많이 키운 것 같다”고 말했다.
‘바다의 예술선’(29일 오후 4시)은 부산 서동미로시장의 상인들이 지역예술가, 민속학자 등과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결과물을 제작 전시하는 이색 프로젝트다.
최태지 전 국립발레단장이 자신의 뒤를 이어 발레리나의 길을 걷고 있는 딸 최리나 씨와 함께 모녀 참가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발레 동작을 가르쳐주는 ‘춤이 있는 엄마의 정원’, 성우 서혜정 씨와 함께하는 ‘낭독의 재발견’ 등도 흥미롭다. www.artewee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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