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미국 뉴욕 링컨센터 로즈 스튜디오에서 ‘LG와 함께하는 사랑의 음악학교’ 학생들이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이날 공연은 관객 100여 명이 관람했고 체임버뮤직소사이어티 홈페이지에서 생중계됐다. LG아트센터 제공
“관객들은 조율이 아니라 연주를 기대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 조율은 공연 전에 완벽히 마치고 무대에 올라오면 연주를 해야 해요.”(션 리 CMS 단원)
15일 오전(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링컨센터 로즈 스튜디오에서는 다음 날 있을 공연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로즈 스튜디오는 링컨센터 소속 실내악단이자 실내악 교육기관인 체임버뮤직소사이어티(CMS)의 공연장이다. 하지만 이날 무대에 선 연주자는 CMS 단원이 아니라 한국의 10대 학생들. 바로 LG아트센터와 CMS가 공동 주관하는 실내악 교육 프로그램 ‘LG와 함께하는 사랑의 음악학교’ 소속 학생들이다.
이날 리허설은 실제 공연을 방불케 하는 긴장감 속에서 진행됐다. 무대에 서서 자신의 팀과 연주곡을 소개하던 학생의 목소리가 작아지자 객석 뒤편에서 대만 출신의 피아니스트인 우한 CMS 예술감독이 “스마일! 이를 드러내고 웃어요. 목소리도 포르테시모로!”라고 세세히 주문했다.
리허설이 끝난 뒤에는 바로 팀별 연습이 시작됐다. CMS 단원들이 바로 옆에서 연주를 들으며 고칠 점을 지적해주는 밀착 레슨이다. 뉴욕에 도착한 10일부터 공연 전날까지 매일 6시간 이상 레슨을 진행했다. 김현지 양(15)은 “한국에서 받던 레슨과 달리 이곳 선생님들은 질문을 많이 한다. 덕분에 연주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된다”고 말했다.
14일 밤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LG 전광판에 학생들의 사진과 공연 소식을 담은 광고가 약 15분 동안 흘렀다. LG아트센터 제공2009년 시작한 ‘LG 사랑의 음악학교’는 매년 학생 10여 명을 선발해 2년 동안 음악가들의 특별 레슨을 진행하고 학생들이 팀을 이뤄 실내악 공연도 연다. 특히 CMS 단원들이 매년 한국을 방문해 5∼6일 동안 학생들에게 집중 레슨을 해왔다. 비용은 LG아트센터 측이 전액 부담한다.
올해는 처음으로 뉴욕으로 무대를 옮겨 CMS의 특별 레슨과 학생들의 공연이 진행됐다. 12∼18세 학생 30명이 세계 최고의 공연장으로 손꼽히는 링컨센터 무대에 설 기회를 얻은 것이다. 레슨과 연습이 끝난 저녁에는 링컨센터에서 열리는 각종 공연을 감상했다. 정유주 양(15)은 “뉴욕에 와보니 연주자가 되고 싶다는 꿈이 더 구체화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16일 열린 공연 역시 100여 석 규모의 로즈 스튜디오를 꽉 채운 관객들로 열기가 뜨거웠다. 학생들이 선보이는 수준급 연주에 관객들은 모든 팀에게 두 차례 이상의 커튼콜을 선사하며 “브라보”를 외쳤다. 이날 공연은 CMS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생중계됐다.
평소 링컨센터에서 클래식 음악 공연을 자주 본다는 어니스트, 퉁펀 밀러 씨 부부는 “어린 학생들답지 않은 곡 해석력과 표현력에 놀랐다”며 “카네기 홀에서 공연해도 부족하지 않은 실력이다. 다음 공연도 보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공연을 마친 류준현 군(14)은 “피아노는 보통 독주를 많이 하는데 실내악을 배우며 협주 경험을 쌓았다”며 “뉴욕의 좋은 연습실과 공연장에서 평소 접하기 힘든 고급 피아노로 공연을 할 수 있어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우한 예술감독은 “실내악은 지휘자 없이 동료 음악가와 소통하고 협력해야 하는 장르”라며 “혼자 연주하고 경쟁하는 데 익숙한 동양계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교육”이라고 말했다.
정창훈 LG아트센터 대표는 “앞으로 2년에 한 번 뉴욕에서 레슨과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