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자이 미즈마루/안자이 미즈마루 외 지음/권남희 옮김/312쪽·1만6000원·씨네21북스
“미즈마루 씨는 내 속에 잠재한 ‘세상에 도움은 전혀 안 되지만, 이따금 저쪽에서 멋대로 불어오는, (…) 별난 무언가’를 긍정적으로, 동정적으로, 컬러풀하게 이해해주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사람입니다.”(무라카미 하루키)
지난해 봄 72세로 별세한 미즈마루(본명 와타나베 노보루)는 하루키와 ‘30년 지기 솔(soul) 브러더’였다. 하루키가 에세이를 쓰면 미즈마루가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렸다. 기자는 미즈마루의 일러스트레이션을 지우면 제아무리 하루키 에세이라도 싱겁겠다고 생각했었다. 혼자만의 생각도 아니다. 책에서 아트 디렉터 신타니 마사히로는 “(하루키가 미즈마루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재즈카페를 하는 재즈 좋아하는 사람에 지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라고 한다.
삐뚤빼뚤 대충대충 휘갈겨 그린 것 같아도 사람이나 사물의 특징을 기가 막히게 잡아낸다. 그가 그린 밤톨머리 하루키도 실제 하루키와 묘하게 닮았다. 책 부제는 ‘마음을 다해 대충 그린 그림’. 기자가 한 줄 추가하자면 ‘보고 있으면 마냥 좋은 그림’. 책은 미즈마루의 거의 모든 것을 알려준다. 생애 연표와 사진뿐 아니라 만화가이자 그림 에세이스트로 활동하면서 작업한 그림들, 하루키 등 주변 사람들의 추억담까지.
미즈마루의 그림이 왜 이리 마냥 좋은지 스스로도 이유를 잘 몰랐는데 책을 읽으며 풀렸다. 그는 자신의 장점을 “사람을 좋은 방향으로 이해하는 점”이라고 꼽았다. 그러면서 “그 사람밖에 그릴 수 없는 그림”을 그리려고 했으니 매력이 넘칠 수밖에. 거기에 프로 의식까지 더했다. 수업 중에 학생에게 이렇게 강조했단다. “일을 많이 해. 돈을 벌면서 배우잖아, 이런 행복한 일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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