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시인들 캐리커처를 그릴 땐 스냅 사진을 몇 장 보고서 이미지를 종합해서 그려요. 딸애 얼굴은 머릿속에 있으니까 사진을 볼 필요가 없었죠.”
화가이자 소설가, 시인인 이제하 씨(78)는 1977년부터 문지시인선의 시인 캐리커처와 문지문학상 1회부터 수상작가의 캐리커처 등 280여 컷을 그려왔다. 그는 최근 딸 윤이형 씨(본명 이슬·39)의 캐리커처를 그렸다. 윤 씨가 최근 동성애를 그린 소설 ‘루카’로 제5회 문지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기 때문.
캐리커처 속 윤 씨는 둥근 얼굴, 짧은 단발머리의 앳된 인상이다. 이 씨는 “얼굴형이 둥글고 입이 조그마한 모습이 어릴 때부터 내게 박힌 인상이다. ‘마빡’(이마)이 나하고 아내하고 짬뽕이다”라고 했다.
사십줄을 바라보는 딸의 얼굴을 너무 어리게만 그린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이 씨는 “원래 딸이 동안이다. 한 두 개의 선을 입술이나 코 주변에 그려 넣으면 나이가 들어 보일 텐데 그러기 싫었다”고 했다.
아버지의 캐리커처를 본 윤 씨는 “실제보다 예쁘게 그려준 것 같다. 앞으로 좋은 글을 쓰겠다”고 했다. 그는 2005년 등단해 소설집 ‘셋을 위한 왈츠’, ‘큰 늑대 파랑’을 출간했다. 문지문학상 상금은 1000만 원. 이 씨는 딸 캐리커처를 그린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상금 5000만 원을 받은 한 여성 소설가가 아버지에게 15만 원밖에 주지 않은 이야기를 쓴 뒤 “(딸이) 담뱃값이라도 슬쩍 찔러주려나. 끙!”이라고 덧붙였다. 윤 씨는 “아버지의 글을 보고 한참 웃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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