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을 하면 확실히 발성이 좋아지는 걸 느껴요. 요즘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를 공연한 다음날 드라마 ‘화정’ 촬영장에 가면 ‘전하~’, 하고 대사 한마디만 해도 발성과 톤이 좋다는 얘기를 들어요. 하하.”
배우 정웅인(40)은 요즘 TV와 무대를 넘나들며 활약 중이다. 매주 월, 화요일에는 드라마 ‘화정’에서 광해군(차승원)을 옹립한 대북파의 수장 ‘이이첨’으로 열연하고 있고, 수, 토요일엔 서울 대학로의 연극 무대에서 지킬 박사로 변신해 관객을 만나고 있다.
2년 만의 연극 복귀 작인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는 일본 미타니 코키의 희극을 번역한 작품이다. 이 연극에 출연한다고 하자 소속사의 반대가 심했다.
“연극 대본을 받았을 당시 드라마 제작사가 홍보 사진에 ‘삼시세끼-어촌편’으로 주가를 올리던 차승원과 저를 같이 넣은 상황이었어요. 소속사는 공연을 병행하면 드라마 홍보에 집중하기 힘드니 드라마에만 올인하라고 권했죠.”
하지만 이 연극에 꼭 출연하고 싶다는 그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그는 “예전에 선덕여왕, 기황후 등 대형 사극에 출연했을 때를 예로 들며 주인공이 아니면 시간 여유가 있다고 설득했다”며 “너무 하고 싶은 공연이었기에 고집을 부렸다”고 말했다.
다행히 ‘술과 눈물과…’의 흥행성적은 괜찮다. 1일 개막한 이 작품은 현재 인터파크 연극 부문 예매율 1위를 기록 중이다.
배우 정웅인은 ‘악한’ 연기와 ‘웃긴’ 연기를 병행할 수 있는 배우 중 하나다. 그는 지난해 드라마 ‘끝없는 사랑’에서는 킹메이커 박영태 역을, 2013년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사이코패스 김진국 역을 맡아 악역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그에겐 아직도 15년 전 시트콤 ‘세 친구’로 사랑받았던 코믹 캐릭터도 남아있고, 영화 ‘두사부일체’나 ‘위험한 상견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극단적 캐릭터를 오갈 수 있는 비결에 대해 그는 “제 내면에도 지킬과 하이드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이 연극에 참여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가 악역 이미지를 잠시 버리고 ‘세 친구’ 때처럼 유쾌한 표정을 무대에서 짓고 싶어서였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로버트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서 모티브를 가져왔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소설의 내용과 다르다. 소설에서는 지킬 박사가 선과 악을 분리시키는 실험에 성공했다면, 연극은 선악 분리 신약 개발에 실패한 지킬 박사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연구 발표회를 위해 가짜 인격 ‘하이드’를 연기할 무명 배우 ‘빅터’(이시훈)를 고용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뤘다.
‘술과 눈물과…’는 일본 원작과 달리 연출에 변화를 줬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 나오는 음악이 극 중간 중간 배경음으로 등장하고, 뮤지컬의 소품도 일부 그대로 가져와 사용한다. 물론 코미디 작품인 만큼 비극으로 끝나는 소설이나 뮤지컬과는 크게 다르다.
정웅인은 “극 중간부터 대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관객들의 웃음을 빵빵 터지게 한다”며 “첫 공연 날 배우들끼리 어느 대사에서 관객이 가장 많이 웃는지 내기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결과는?
“제 대사에서 가장 웃음이 많이 터졌는데, 내기의 승자는 요즘 예능에서 뜨고 있는 서현철 (풀 역)형이었어요. 하하.”
7월 5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3만 5000원~4만 5000원,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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