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인 브레인/데이비드 펄머터 지음/이문영 김선하 옮김/316쪽·1만4000원·지식너머
다양한 뇌질환 원인 ‘뇌의 염증’… 곡식 속 글루텐이 유발할 수도
‘그레인 브레인.’ 라임이 잘 들어맞는 멋진 제목은 실은 이 책의 두 가지 소재를 가리키는 것이다. 이 책은 곡물(grain)과 뇌(brain) 얘기다.
곡물과 뇌? 탄수화물이 몸의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건 알려진 바다. 그런데 이 책에선 곡물이 뇌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파한다. 곡물이 치매나 우울증 같은 뇌 질환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신경과 전문의이자 미국영양학회 회원인 저자는 뇌 건강을 좌우하는 것이 익히 알려진 유전자가 아니라 ‘음식’이라고 경고한다. 밥, 햄버거, 프렌치프라이, 피자, 빵, 팬케이크, 와플, 파스타 같은, 우리가 삼시세끼 가까이 하는 음식 말이다.
어떻게 탄수화물이 뇌를 공격할까? 저자는 “염증이 바로 범인”이라고 말한다. 염증은 체내에 스트레스가 있을 때 나타나는 신체 반응이다. 인체가 계속 자극적인 물질에 공격을 당하면 염증 반응이 남게 되고, 관절염 같은 병의 기초가 된다. 흥미로운 것은 염증이 뇌 질환과도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파킨슨병, 다발성 경화증, 간질, 자폐증, 알츠하이머병, 우울증 등 온간 질환의 원인이 ‘뇌의 염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신체의 나머지 부분과는 다르게 뇌에는 통증수용체가 없어 인간은 뇌의 염증을 느낄 수 없다. 저자는 지난 10년 동안 많은 연구들이 신경 퇴행성 질환의 원인으로 염증을 지목했다는 것을 실제 연구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저자는 뇌의 염증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곡식 속의 글루텐을 지목한다. 글루텐은 호밀, 보리 등 다양한 곡물에서 발견된다. 곡물을 포함한 탄수화물은 혈당을 치솟게 하면서 염증반응을 일으킨다. 뇌신경 세포는 이 염증에 의해 괴사가 진행되며 치매, 두통, 우울증 등의 원인이 된다. 실제로 저자의 환자 중 한 명인 63세 여성은 오랫동안 편두통을 앓아왔다. 저자는 환자를 대상으로 글루텐 민감증을 검사해 봤고, 글루텐을 없앤 식단을 처방했다. 우울증을 앓던 다른 30세 여성도 글루텐 민감증 검사를 받으니 정상 범주의 2배를 초과했고, 글루텐프리 식단을 처방받았다. 영국의 하드지바실로 박사가 글루텐 민감증을 앓던 환자들의 뇌 스캔 사진을 검토한 결과 정상적인 사람의 뇌와 큰 차이를 보인 것도 저자가 드는 중요한 논거 중 하나다.
저자는 몸과 머리의 건강을 위해선 탄수화물을 줄이고 지방과 단백질 섭취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콜레스테롤은 나쁘다’는 통념에 대해 저자는 충분한 지방식을 할 때 뇌가 더욱 건강해질 수 있다고 반박한다. 콜레스테롤은 뇌세포를 보호하고 신경조직을 활성화시킴으로써 뇌 질환을 줄이고 수명을 연장시킨다는 것이다.
완결되지 않은 연구인만큼 100% 지지하긴 어렵지만, 많은 의학·과학적 연구 자료와 더불어 차근차근 설명하는 저자의 주장은 귀를 기울일 만하다.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에 오래 길들여진 현대인들에게 새롭고 흥미로운 소식이기도 하다. 책에는 실제적인 도움도 담겼다. 음식에 집중하는 1주 차, 운동과 수면 습관을 새로 들이고 몸에 익힌 생활패턴을 유지하기 위한 훈련을 하는 등 ‘그레인 브레인’과 작별하는 ‘4주 플랜’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밀가루와 설탕 섭취를 줄이면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식재료를 이용한 레시피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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