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오 가쿠 뉴욕시립대 교수 “不死의 시대, 꿈만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일 03시 00분


‘마음의 미래’ 국내 출간한 세계적 이론 물리학자
미치오 가쿠 뉴욕시립대 교수

뇌 과학 연구에 몰두해온 미치오 가쿠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 현재 뇌 과학 수준에서 자녀를 똑똑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묻자 그는 “자녀에게 지름길을 택하게 하지 말고 미래의 성공을 위해 오늘 열심히 살게 하라”고 답했다. 김영사 제공
뇌 과학 연구에 몰두해온 미치오 가쿠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 현재 뇌 과학 수준에서 자녀를 똑똑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묻자 그는 “자녀에게 지름길을 택하게 하지 말고 미래의 성공을 위해 오늘 열심히 살게 하라”고 답했다. 김영사 제공
인간이 영원히 살 수 있습니까? 거두절미하고 물었다.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라는, 그간 진리로 통한 ‘뻔한’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글쎄요. 불멸에 대한 몇 가지 방법론이 제시된 상태죠. 우선 몸의 유전자가 낡으면 이를 모두 대체하는 방식이 있죠. 또 다른 방법은, 우리의 의식을 타인이나 로봇 등에 삽입해 그 대리물을 통해 영원히 사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 봐야 어떤 형태의 불사(不死)가 될지 알 수 있겠지만….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미치오 가쿠 미국 뉴욕시립대 물리학과 교수(67)의 설명이다. 그는 ‘끈 이론’ ‘평행우주론’을 창시한 세계적인 이론 물리학자이자 미래학자다.

그는 신경과학을 응용물리학의 한 분야로 여겨 뇌 연구에 몰두했고, 그 결과를 담은 ‘마음의 미래’(김영사·사진)가 4월 국내에서 출간됐다. 이 책은 과학서적으로는 드물게 출간 50여 일 만에 1만 부 이상 팔렸다. 1일 e메일을 통해 그를 인터뷰했다.

“뇌의 구조, 즉 뉴런(뇌신경 세포) 연결지도가 완성되면 뇌가 어떻게 인간의 의식과 사고를 구성하는지 알게 될 겁니다. 1차적으로 정신질환을 치료할 수 있게 될 거예요. 나아가 뉴런 간 신호를 디지털데이터로 전환해 뇌 속의 정보를 컴퓨터에 업로드하고 ‘아이언맨’처럼 뇌를 원격제어복(exoskeleton)에 연결해 기계로 된 팔과 다리를 제어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인터넷에 우리의 생각을 전송해두는 뇌 조직망도 가능해집니다.”

허황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그는 철저히 뇌생물학, 이론물리학 분야 세계적 석학들의 최신 연구 결과를 근거로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실험을 통해 쥐의 기억을 기록하고 업로드하는 것이 가능해졌어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는 사람의 거짓 기억을 업로드하는 실험도 했어요. 미래에는 범죄자에 의해 기억이 조작될 수도 있겠죠. 무고한 사람들이 자신의 뇌에 업로드된 범죄에 대한 기억을 갖고서 저지르지 않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생길 겁니다.”

무서운 이야기다. 이에 대해 그는 “먹으면 나쁜 기억을 잊게 하는 데 효과가 있는 약이 이미 있지 않느냐”며 “반대로 뇌의 특정 암기력을 강화시켜 주는 원리도 알아가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현재의 법은 목격자의 설명과 증언을 기반으로 한다”며 “하지만 기억이 조작, 변형될 수 있다면 형법체계는 무용지물이 된다. 뇌 과학 발달과 맞물려 사회, 제도 차원의 조치도 취해져야만 한다”고 경고했다.

가쿠 교수는 SF영화처럼 인격을 갖춘 인공지능(AI) 개발이 가능해지지만 인공지능과 인간이 맞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약간의 지능을 가진 기계들은 이미 존재합니다. 궁극적으로 인간은 그런 기계들과 결합되길 원할 수도 있어요. AI가 인간의 지능을 언제 넘어설지 걱정하거나 컴퓨터와 경쟁하기보다는 뇌와 컴퓨터를 결합하는 것이 바른 길일 겁니다. 이번 세기 후반쯤에는 가능할 거예요.”

그는 나아가 “레이저 빔에 인간의 의식, 즉 개인의 커넥톰(‘Connect’와 덩어리를 뜻하는 접미사 ‘ome’의 합성어·뇌신경 연결지도)을 담아 우주로 보내 행성을 탐구하는 작업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켓 추진선 없이 광속으로 1초 만에 달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우주 탐사가 가능해진다는 것. 이쯤 되면 ‘인간이 거의 신의 영역에 도달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존재론적 의문이 들었다. 이에 그는 “기술의 발전을 감당할 인류의 도덕적 지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900년에 살던 조상들이 현재의 기술을 보면 우리를 마법사라고 하겠죠, 우리가 2100년에 사는 자손들을 본다면 ‘신’이라고 여길 수도 있을 겁니다. 비너스처럼 불멸에 가까운 몸을 가질 수 있고, 페가수스처럼 신화 속의 동물을 유전적으로 만들어낼 수도 있고, 제우스처럼 주변의 사물을 정신적으로 장악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인간이 신의 힘을 가진다고 그 힘과 함께 솔로몬의 지혜도 가질 수 있을까요? 글쎄요. 이 부분은 장담할 수 없어요. 인류가 함께 생각해야 할 과제입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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