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7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 새에덴교회. 이날 신학자 무라오카 다카미쓰 씨를 비롯한 일본 개신교계 지도자와 목회자
15명으로 구성된 ‘사죄와 화해 방문단’이 예배에 참석했다. 이들은 사과문을 낭독하고 신자들을 향해 엎드려 절한 뒤 한참 동안
흐느껴 울었다. 이에 교회 장로들이 나서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일으킨 뒤에야 사죄의 절은 끝났다. 이에 앞서 방문단은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주관의 수요시위에 참석해 사죄의 뜻을 밝혔다. 》
사죄와 화해의 예배는 이 교회 소강석 담임 목사(53)가 산파 역할을 맡았다. 그는 한일기독의원연맹 지도목사로 한국과 일본 간 과거사 청산과 화해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최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난 그는 “예배에 참석한 신자들 역시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다 이들의 눈물에 마음을 열었다”며 “비록 작은 모임이지만 진실이 담긴 사죄와 눈물이야말로 양국이 화해의 길로 갈 수 있는 해법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맨손과 맨몸, 맨땅에서 일어섰다며 ‘3M 목회자’를 자처한다. 1988년 서울 가락동 지하 공간에서 4명이 모여 창립예배를 올렸으며 현재 신자 3만5000여 명의 교회를 이끌고 있다.
요즘 새로 생긴 별명은 ‘개신교계의 역사 지킴이’다. 그는 2006년부터 일본 목회자들과 교류하며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고, 2007년부터 6·25전쟁 참전용사의 한국 방문과 이들을 위로하는 활동을 본격화했다. 특히 올 1월 6·25참전용사 초청 보은행사와 북한 돕기, 고려인과 조선족 동포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사단법인 한민족평화나눔재단이 설립됐다.
교단도 아닌 개별 교회 목회자로서는 버거운 역할이다. 중대형 교회를 개척한 뒤 지교회(支敎會) 등을 늘려가는 기존 목회자들의 행보와도 다르다.
“맨손으로 시작해 목회자로 성공하기 위해 발이 부르트도록 뛰었고, 결실도 이뤘습니다. 그런데 40대 들어 ‘이제 어디로, 무엇을 위해 가야 하나’ 하는 ‘제2의 사춘기’가 왔어요. 더 큰 교회로 가야 합니까? 그건 아니죠.”
결론은 민족과 사회를 위해 기여하는 교회였다. 그는 “요즘 교회들이 자기 성장에만 몰두해 욕먹고 있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며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우리 교회는 항상 민족의 아픔을 보듬으면서 사회 발전에 기여해 왔다”고 덧붙였다.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가는 교회 외부활동에 대한 신자들의 불만은 없을까? 그는 “인터넷이 발달해 우리 활동이 불투명하면 견딜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 신자들은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는 분들이 많다”며 껄껄 웃었다.
그는 6·25전쟁 관련 행사 등으로 ‘6월에 바쁜 남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해는 메르스 여파로 이달에 예정된 ‘한국전 참전용사 초청 보은 및 우호증진 예배’를 다음 달 25일로 옮겨 진행한다. 미국과 캐나다, 콜롬비아 참전 용사 및 가족 등 45명이 방한한다.
이달 중 자전적 에세이 ‘꽃씨 심는 남자’(샘터사)를 출간하는 소 목사는 “어려웠던 경험을 담은 책이 젊은이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어느 지역의 ‘큰 교회’ 목사보다는 우리 역사와 사회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기도한 목사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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