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회장을 나서는 기자에게 홍보 담당자가 말했다. 8월 23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피스마이너스원: 무대를 넘어서’. 미술관이 YG엔터테인먼트와 공동 기획해 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을 표제로 내세운 전시다. 지드래곤의 소장품, 뮤직비디오 의상과 소품, 동영상, 대화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재료로 삼은 14개 작가 팀의 작품을 선보인다.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은 간담회 내내 “탈장르, 크로스 장르라는 세계적 추세에 따라 포스트모던 시대에 걸맞은 방향으로 미술관을 확장해 새로운 대중을 끌어들이려는 시도”라며 전시 의미를 포장하기에 바빴다.
어째서 개막도 하기 전에 비판적 기사가 나올 거라 예상한 걸까. 간담회장에는 평소 다른 전시 때의 3배쯤인 100여 명의 기자가 몰렸다. 빽빽이 도열한 방송카메라의 시선은 간담회장 단상 위에 나란히 올라 앉은 김 관장과 지드래곤에게 고정됐다. 옆쪽 벽 앞에 주르르 붙어 앉은 작가들은 한 번씩 호명돼 일어나 인사한 뒤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40분 넘게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활자 매체에는 예상대로, 전시 함량을 비판하는 기사가 쏟아졌다. 방송 뉴스는 대개 ‘아티스트 지드래곤의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사를 내보냈다. 홍보 직원이 담담했던 건 당연했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널리 회자되면 성공.’ 그게 대중문화시장의 원리다. 연예기획사의 상품으로 본다면 시장에서의 성패는 그다지 염려할 것이 아니다. 빅뱅의 팬에게 이 전시는 거듭 찾아와도 그저 행복할, 선물 같은 이벤트다. 전시를 여는 목적이었을 ‘고급스러운 종합예술인 이미지’는 팬들이 그 선물의 보답으로 넉넉히 확보해줄 거다.
하지만 서울시립미술관 전시에 대한 평가는 연예기획사 상품의 흥행 성패 판단 기준을 따를 수 없다. 이곳은 어떻게든 작품을 선보일 기회를 찾아 헤매며 악전고투하는 작가들을 위해 시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간이다. 그래서 입장은 대개 무료다. 이번에 8000∼1만3000원의 입장료를 받는 데 대해 김 관장은 “미술관 예산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전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를 함께 관람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지드래곤의 생생한 육성을 담은” 오디오가이드 대여료는 3000원. 기념품 가게에서 파는 휴대용 거울은 2만 원이다.
누가 뭐라 하든 많은 관객이 들 거다. 김 관장은 “전시로 얻은 수익은 시민을 위해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약속이 꼭 지켜지길, 병풍처럼 말없이 앉아 있던 작가들을 위해서도 사용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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