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는 졸업 후 전 세계의 관광기업을 무대로 일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 입학 후 어떠한 준비를 할 것인가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호텔관광경영학부를 지망한 학생들이 받을지도 모를 입학사정관의 예상 질문이다. 이런 질문을 던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동국대 호텔관광경영학부는 전 세계 글로벌 기업이 요구하는 유능한 인재를 양성하는데 노력하고 있고, 졸업생의 근무지 역시 지구촌 전체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학부의 목표가 구호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은 학부의 교과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학생들은 재학 중, 혹은 학기가 끝난 후 해외로 나가 글로벌 기업이 요구하는 국제화 능력을 갖추도록 돼 있다. 해외에서 공부하는 방식은 대개 두 가지다.
먼저 외국대학과의 교환학생제도를 이용하는 것. 학생들은 한 학기 6개월 동안 미국과 호주 등 해외 유명대학교에서 교육을 받는다. 단기 인턴십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과정은 국제화의 준비 단계에 해당한다. 학교 측에서는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한 학생당 150만~500만 원 정도를 장학금으로 지원한다. 학생이 원할 경우 1년 과정도 가능하다. 매년 10여 명의 호텔관광경영학부 학생들이 이 방식으로 해외로 나간다.
두 번째는 학교 측과 업무 제휴를 맺은 에이전시를 통해 개인 인턴십 과정을 밟는 것. 워킹 홀리데이 방식을 통한 이 과정은 학교 측이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자비를 들여야 한다. 대신 학생들은 1년 정도 호텔 등지에서 업무를 배우면서 매달 200만 원 정도의 ‘임금’을 받을 수 있다. 일도 배우면서 돈도 벌 수 있는 것. 학교 측에서는 워킹 홀리데이를 악용한 일부 부도덕한 사업자들의 노동 착취와 저임금 행패를 막기 위해 엄격한 기준과 심사를 통과한 에이전시를 통해서만 학생들을 해외로 보낸다고 한다. 호텔관광경영학부 하동현 교수(학부장)는 “국내에서도 방학을 이용하거나 학기 중 6개월 동안 인턴십 과정을 밟을 수 도 있으나, 허드렛일을 하고 오는 경우가 적지 않아 학생들은 해외에서의 인턴십 과정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 학부 학생들에 대한 해외 기업들의 선호도도 높은 편이라고 한다. 커리큘럼이 국제화 돼 있어 해외 현장 적응 능력이 높기 때문이다. 커리큘럼은 기존 학문 분야 중심의 교육을 탈피했다. 학제간 융합 교육을 통해 국내외 최초로 스마트(SMART)관광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마트 관광학은 빅데이터, 모바일, 웨어러블 등 ICT(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를 관광정보에 접목시킨 새 분야다. 스마트관광은 현재 전 세계 관광산업을 선도하는 최신의 흐름이자 우리나라에서 강조하는 창조경제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스마트관광학을 위해 학부는 관광레저경영, 호텔컨벤션경영, 외식경영 등으로 나뉘어 있던 기존의 3개 전공을 과감하게 통합했다. 이에 따라 130명 정원의 학부생 전원은 2014년부터 전공 구별 없이 융합교육을 받고 있다. 마치 학과 같은 학부인 것이다. 학생들은 자신의 선호와 적성에 맞춰 졸업할 때까지 3개 분야의 교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해 공부할 수 있다. 이런 장점에 끌려 이 학부를 지망한 학생도 있다. 2학년 김수정 씨는 “호텔사업뿐만 아니라 항공사, 레스토랑, 레저산업 등 다양한 관광 분야까지 공부할 수 있고 최종적으로 내가 원하는 분야를 고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 학부에 입학했다”고 말했다.
하동현 교수는 이러한 교과과정은 학생들에게 창조적 관광산업 마인드를 길러주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교수들 입장에서는 3개 전공으로 나뉘어 있을 때보다 심리적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학생들이 교과목을 임의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담당 교과목 교수들은 학생들을 더 잘 가르치기 위해 수업에 정성을 쏟을 수밖에 없고, 이는 교육의 질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또한 학생들은 관광학을 바탕으로 인문학, 디자인학, 정보경영학을 통섭해 창조적인 관광비즈니스 모델을 발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스스로 사업화할 수 있는 역량까지 갖출 수 있게 된다. 즉 학생들이 관광 상품에 대한 개발 혁신, 마케팅 혁신, 유통 혁신 등의 전문 지식을 습득해서 주도적으로 관광산업을 이끌어갈 수 있는 것이다.”
학부의 미래는 매우 밝은 편이다. 동국대 호텔관광경영학부는 경주캠퍼스의 유일한 특성화학과로 지정돼 학교 측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경주캠퍼스의 ‘얼굴학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올해에는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교육부가 주관하는 특성화사업 지정에도 도전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도 마련돼 있다.
학부의 비전은 ‘스마트 기반의 Neo(新) Hospitality & MICE 산업 창조관광 인재 양성’. 이러한 비전 아래 ICT 기술에 바탕을 둔 ①스마트 관광산업 ②레저엔터테인먼트(호텔+음식+쇼핑)와 힐링여행 등 새로운 개념의 친절서비스(Hospitality Service) 산업 ③공연+회의, 전시+이벤트 등 마이스(MICE) 산업이라는 3대 트랙을 학부의 전략 목표로 설정했다.
하 교수는 이러한 비전을 수행하는 데 학부는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도 신라 천년의 고도 경주라는 지리적 이점을 꼽을 수 있다. 문화유적과 역사 기록 등에 근거한 관광 스토리텔링화는 어느 곳도 따라올 수 없는 이곳만의 장점이다. 문화적 상상력과 감성 경제를 극대화하는 ‘소프트웨어형 관광비즈니스 산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인 셈. 게다가 호텔, 레스토랑 등이 즐비한 복합리조트단지(보문단지)에서는 레저와 엔터테인먼트의 결합이 가능하고 화백컨벤션센터, 문화예술회관 등 마이스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현대식 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관광, 서비스, 마이스 등 다양한 학문을 갈고 닦은 학생들은 졸업 후 자연스레 자신이 원하는 분야로 진출한다. 학부의 전통이 30년 정도가 되기 때문에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 진출해 있는 선배들의 조력도 취업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한다. 4학년생 김재빈 씨는 마케팅 분야로 나가겠다고 결심하고 외식관련 기업체에 입사할 예정인데, 교수들과 선배들의 도움이 컸다고 했다. 김 씨는 “동국대 호텔관광경영학과는 경북 지역을 대표하는 학부이고, 선배들이 사회에서 튼튼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데다 교수님들과 기업체들의 네트워크도 잘돼 있어 취업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이 학부 졸업생들은 국내와 해외의 대규모 카지노 기업체, 호텔, 여행사, 리조트기업, 외식업체, 관광 관련 국가 기관 등 다양한 직종에서 근무하고 있다. 직급도 임원에서부터 초급간부까지 골고루 포진하고 있다. 관광 관련 교직과목을 이수한 사람들은 국공립과 사립학교 교사로 근무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해 교수로도 활약하고 있다.
“학생들은 20여 개에 달하는 다양한 교과목을 이수하고, 복수전공을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진출 분야가 다양하다. 실제로 순수하게 관광 연관 분야로 진출한 졸업생은 전체 취업자 중 30% 정도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윈스 카지노 매니저, 외국의 유명 호텔 지배인 등으로 활약하는 졸업생들도 상당수 있다. 관광과 비관광을 합쳐 2014년의 취업률은 55% 정도였고 올해는 65% 정도로 예상된다. 최근 중국 관광객들이 대거 몰려오면서 호텔 건설, 외식업 창업, 항공 서비스산업이 활성화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 교수는 전국 40개 대학에 관광 관련 학과가 있고 매해 많은 졸업생들이 배출되고 있어 예전에 비해서는 취업률이 다소 떨어지고 있으나 창조적 관광산업의 활성화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기에 미래가 어둡지 않다고 전망했다.
학부 입학에 필요한 성적은 어느 정도일까. 입학관계자에 따르면 내신 3, 4등급 정도면 입학이 가능하다. 2015학년도 수시 성적(최종합격자 기준)은 학생부 성적을 100% 반영하는 ‘일반 1’에서는 수능백분위 단위로 3.8이었고, 학생부 성적(60%)과 면접(40%)을 반영하는 ‘일반 2’에서는 4.5, 학생부 성적(40%)·면접(30%)·자기소개서 등 서류(30%)를 반영하는 ‘학생부종합(자기추천)’에서는 4.2였다. 정원 중 30%를 뽑는 정시는 4.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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