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배운 것과 전혀 다른 ‘정물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5일 03시 00분


홍경희 개인전

홍경희 씨의 작품 ‘사물들-toys’(2015년). 희수갤러리 제공
홍경희 씨의 작품 ‘사물들-toys’(2015년). 희수갤러리 제공
학교 미술시간 정물화 수업은 그림에 대한 이해보다 오해를 부르기 쉽다.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희수갤러리에서 열리는 홍경희 씨의 개인전 ‘사물들’은 과일과 물병을 익숙한 전형적 구도로 놓아 두고 엇비슷한 색채와 명암을 얹어 그려내는 정물화 수업의 부작용을 돌이키게 만든다.

소재는 미술시간 정물화와 다를 바 없다. 쇠파이프 뼈대에 원형 목재안장을 올린 간이 의자, 플라스틱 플러그, 줄자, 벽걸이 시계, 드라이버, 냄비, 부침개 뒤집개 등 잡동사니가 뚜렷한 맥락 없이 널브러져 있다. 종이 위에 가는 연필로 윤곽만 그린 것,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을 패턴 벽지처럼 바른 뒤 흰색 테두리가 도드라지는 판화처럼 표현한 것도 있다. 스타일은 다양하지만 틀림없이 ‘정물화’다. 학교에서 배운 것과는 전혀 다른 구도와 명암, 색채의 정물화다.

소꿉장난이 벌어지던 골목 모퉁이에서 아이들을 지우고 양동이와 삽, 빈 병만 남겼을 때, 텅 빈 방 안에 가지런히 놓인 그릇과 병에서 내용물을 비워 냈을 때, 아무 연관 없는 대상들을 한 캔버스 안에 같은 크기, 같은 기법으로 나란히 그려 놓았을 때, 눈에 보이는 것은 사물의 이름이 아니라 거기 머물렀던 누군가의 흔적에 대한 상상이다. 02-737-8869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정물화#홍경희#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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