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약 ‘아리랑’에 출연하지 않았으면 정말 땅을 치고 후회할 뻔했습니다.” 새신랑 안재욱(44)이 뮤지컬 ‘아리랑’과 사랑에 빠졌다. 2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블루스퀘어에서 ‘아리랑’ 쇼케이스를 앞두고 만난 안재욱은 연신 목을 푸느라 바빴다. “작품에 참여하는 배우와 스태프의 의욕과 열정이 상상 이상인 작품이에요. 결혼식 때문에 5일 동안 연습에 빠졌는데, 그 사이 진도가 굉장히 많이 나가 한참 동안 따라갈 수 없었어요. 저에게 26년 전 대학 신입생 때의 초심을 갖게 하는 작품입니다.” 》
20년 넘는 배우 경력의 안재욱에게 아리랑은 특별한 작품이다. 이 작품 연습 기간인 이달 1일 뮤지컬 배우 최현주(35)와 결혼에 골인했고 얼마 전 26일엔 인스타그램에 “저 오늘부터 아빠 됐어요”라는 글과 함께 태아의 초음파 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아리랑’ 연습 일정 때문에 신혼여행을 미뤘다. 독립운동가 송수익 역을 제안받은 올 1월, 그는 연습 기간과 신혼여행 기간이 겹치게 되자 아쉽지만 내심 출연 포기 쪽으로 마음을 정했다. 하지만 당시 예비신부가 아리랑을 놓치고 싶지 않은 안재욱의 마음을 눈치챘다.
“아내가 신혼여행을 미루더라도 하고 싶은 공연이라면 꼭 출연하라고 하더군요. 장인어른도 조정래 선생의 원작 소설 열두 권을 선물해 주시며 응원하셨어요.”
전작 ‘태양왕’ ‘잭더리퍼’ ‘루돌프’ 등에 비해 아리랑에선 그의 출연 분량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그는 만족스럽다고 했다.
“전작에선 전체 70% 정도 등장했지만, 아리랑에선 50% 정도 나와요. 단독 신도 많지 않고요. 하지만 무대 위에서 쏟아내야 할 에너지는 전작들에 비해 훨씬 많아 연습 때마다 탈진할 정도예요. 송수익이란 인물이 일제강점기 민중들을 잡아 이끄는 독립 운동가여서 상당한 호소력과 집중력을 갖고 있어야 해요.”
그는 요즘 아리랑을 궁금해하는 주변 동료들에게 “아리랑은 곧 고선웅 연출이다”라고 말한다고 했다. 같이 출연하는 후배들에게도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고선웅 연출을 만난 건 배우로서 큰 행운”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어느 현장에 가도 ‘재욱 씨를 믿고 신뢰한다. 알아서 연기해 달라’는 말을 연출가로부터 많이 듣는 편인데, 사실 배우로선 재미가 없죠. 하지만 고선웅 연출은 달라요. 자신감이 있고, 정확한 연기 지도를 해줘요. 함께 작업하며 많은 걸 배우고 있습니다.”
실제로 아리랑은 연출가 고선웅이 대본상 밋밋할 수 있는 ‘송수익’ 캐릭터를 무대 위에서 비중 있고 뚜렷한 존재감을 갖도록 바꿨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해 달라는 요구에도 처음과 비슷한 얘기를 하며 ‘아리랑’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다.
“만약 제가 아리랑 출연을 고사하고 객석에서 이 작품을 관람했다면 얼마나 배가 아팠을까요. 하하.” 다음 달 11일∼9월 5일 LG아트센터. 6만∼13만 원, 02-577-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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