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새내기 문학 담당 기자가 되고서 가진 한 모임에서 한 출판인에게 들은 이야기다. 그는 1993년 문을 연 문학동네가 경쟁 출판사인 창비, 문학과지성사를 제치고 문학 분야 1위 출판사로 자리 잡게 된 과정에 불만이 많았다. 과도한 선인세 지급으로 유명 작가들을 자사로 결집시키고, 그에 비해 새로운 작가 발굴엔 소홀하고, 상품성만 있다면 ‘주례사 비평(칭찬 일색 비평)’으로 문학성까지 심어준다는 주장이었다.
수긍할 만한 대목도 적지 않았지만, 그래도 문학동네의 장점에 주목하고 싶었다. 선인세로 작가의 삶이 윤택해져 문학에만 집중하게 한다면, 과한 마케팅이 새로운 문학 독자를 발굴해 전체 파이를 키운다면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최근 소설가 신경숙 씨의 표절 논란을 보면서 잊고 지냈던 그 말이 떠올랐다. 16일 신 씨의 표절 논란이 일어나고서 문학동네는 창비, 문학과지성사와 함께 ‘문학권력’으로 비판받았다. 신 씨 표절에 대한 입장 표명이나 사과 한 줄 없던 문학동네는 25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문학권력을 비판해온 평론가 권성우 김명인 오길영 이명원 조영일 씨 등 5명의 실명을 공개적으로 ‘호명’하며 자사가 마련한 비공개 좌담에 나올 것을 ‘청했다’. 그 내용은 자사의 문예지에 싣겠다는 것이다.
이후 문학동네 팬들이 주로 모이는 문학동네 인터넷카페에서조차 말만 청한 것이지 고압적이라는 비판 의견들이 나왔다. 호명받은 평론가들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그 태도에 대해 항의했다. 권성우 오길영 이명원 평론가는 제안을 공개적으로 거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동네는 28일 또 한 번 “초청받은 분들 중 일부는 토론이 시작되기도 전에 우리에게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며 “충분한 토론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발언한 후 그것을 근거로 상대에게 무언가를 징벌하듯 요구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재차 참석을 요구했다. 문학동네 관계자는 2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간 비판을 의식한 듯 자세를 낮췄지만 좌담회 참석 요구는 굽히지 않았다.
개인 자격으로 문학동네를 포함한 문학권력을 비판했던 평론가들에게 문학동네 편집위원 일동이란 집단으로 개인들을 한 명 한 명 콕 찍듯 호명하는 것이 공정할까. 그것도 공개 토론회가 아닌 비공개 좌담이다.
대부분 문학동네의 태도를 고압적이라고 비판하는데도 재차 똑같은 목소리를 내는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올까. 행여 한국 문학을 ‘나만의 동네’로 여기는 오만함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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