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가장 큰 관심은 과연 내가 만든 음식을 다른 사람이 얼마나 맛있게 먹을까 하는 점이다. 더구나 이제 막 요리사로 발을 뗀, 나 같은 초짜 요리사라면 음식을 담은 접시를 손님에게 전할 때 마치 채점자에게 시험지를 넘기는 학생의 심정이 될 수밖에 없다.
푸드카 요리사가 좋은 점은 음식에 대한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데 있지 않을까. 주방이 바쁘게 돌아가지 않을 때 나는 주방의 한 귀퉁이에 있는 창문을 통해 간이 테이블에서 음식을 먹는 손님의 모습을 훔쳐보곤 한다. 그러다가 손님의 얼굴에서 찡그린 표정이라도 발견하거나 음식을 중간에 남기고 더 손을 대지 않으면 내가 뭔가 크게 잘못한 것 같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다행히 아직까지 그런 손님은 거의 보지 못했다.
먹을 때의 표정이야말로 요리사에겐 가장 정직한 피드백이다. 얼굴을 마주 보는 상태에서 “음식이 괜찮았어요?”라고 물어보는 요리사의 질문에 “솔직히 좀 별로네요”라고 말할 사람은 드물 테니까 말이다.
아이의 손을 잡고 푸드카를 찾는 가족 단위 손님이 많은 주말은 바삭하게 튀긴 감자튀김이 특히 인기다. 노릇하니 맛있게 튀겨진 프렌치프라이는 햄버거를 완성시키는 완벽한 사이드 메뉴다. 감자튀김 없는 햄버거는 아무래도 뭔가 허전한 느낌을 준다. 눈은 스마트폰 화면에 고정시킨 꼬마 손님들이 다른 한 손으로는 쉴 새 없이 감자튀김을 집어 입으로 가져간다.
튀김 요리는 대표적인 외식 아이템이다. 집에선 여간해서는 해먹기 쉽지 않은데 우선 한번 튀기려고 적지 않은 양의 기름을 써야 할 뿐만 아니라 튀긴 뒤 남은 기름을 처리하는 것도 무척 번거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또 막상 집에서 튀김을 하더라도 밖에서 먹는 것처럼 바삭하게 튀긴다는 게 쉽지 않다. 섭씨 160도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 2, 3분 안에 빠르게 익혀야 하는 조리법이라 시행착오 없이 단번에 성공하기가 어렵다.
내가 호텔 주방에서 일할 때도 선배 요리사가 튀김 요리 하는 것을 옆에서 거든 적은 많았지만 좀처럼 튀김 냄비를 전적으로 넘겨받지는 못했다. “자, 잘할 수 있겠지?”라면서 냄비를 넘겨줬다가도 내가 막상 재료를 넣으려고 폼 잡으면 “잠깐, 이번 한 번만 더 내가 할게”라면서 냄비를 빼앗아 가기 일쑤였다. 미덥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일단 요령이 좀 생기면 튀김만큼 간단하면서 맛을 내는 효과가 뛰어난 조리법도 찾기 어렵다. 속은 부드럽고 겉은 바삭한 식감이라면 뭐라도 맛있지 않겠는가.
우선 원재료가 뜨거운 기름 속에서 어떤 변화를 겪는지를 이해하면 튀김이라는 조리법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재료가 뜨거운 기름 속에 퐁당 빠질 때 재료의 속을 익히는 것은 기름 자체가 아니라 뜨거운 기름 때문에 증기로 변하는 재료 속의 수분이다. 표면은 금방 수분이 날아가 딱딱해지고 그 안에 갇힌 수분이 증기 형태로 변하면서 찌는 것과 같은 원리로 빠르게 속을 익히는 것이다. 기름에 넣었을 때 식재료가 기포를 맹렬히 뿜어낸다면 재료 속 수분이 증기로 변하는 과정이 제대로 일어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점점 기포가 줄어들고 그에 따라 가라앉았던 재료가 기름 위쪽으로 떠오르기 시작하면 조리가 거의 끝난 것이다.
그런데 기름의 온도가 너무 뜨거우면 겉은 짙은 갈색으로 타버리고 속은 미처 열이 전달되지 않아 덜 익는다. 반대로 기름의 온도가 충분히 뜨겁지 않으면 원재료에 기름이 너무 많이 스며들어 느끼한 튀김이 되고 만다. 요령은 조리 과정의 마지막 순간에 화력을 키워 기름의 온도를 올려주는 것이다. 그러면 재료 속의 남은 수분이 증기로 맹렬하게 뿜어져 나오면서 겉에 묻은 기름을 털어내기 때문에 담백하고 더 바삭해진다.
채로 썬 감자는 160도로 한 번 튀겨 속까지 익힌 다음 180도에서 20∼30초 한 번 더 튀기면 겉은 바삭하고 머금은 기름도 적은 담백한 튀김이 된다.
그런데 기름 온도는 어떻게 재냐고? 긴 바늘 같은 탐침이 달린 요리용 온도계는 인터넷에서 1만 원 안팎의 가격으로 살 수 있다.
※필자(44)는 싱가포르 요리학교 샤텍에 유학 뒤 그곳 리츠칼튼호텔에서 일했다. 그전 14년간 동아일보 기자였다. 경기 남양주에서 푸드카 ‘쏠트앤페퍼’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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