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센스/존 브래드쇼 지음·한유선 옮김/439쪽·1만8000원·글항아리
◇캣츠 갤러리/수잔 허버트 지음/박선영 옮김/320쪽·2만2500원/시그마북스
고양이와 인간과의 관계, 깊이있게 설명하고 조언
명화 등에 인간 대신 넣은 삽화로 다양한 모습 담아 거부감 줄여줘
2009년부터 고양이 2마리를 키우고 있지만 고양이는 알다가도 모를 동물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좋아하던 캔 사료를 따줘도 냄새만 맡고 고스란히 남기거나, 다가와서 쓰다듬으면 훌쩍 도망가 버리곤 한다. 꼭 이런 개인적인 예를 들지 않더라도 고양이는 또 다른 반려동물 대표주자인 개에 비해 미지의 동물로 취급되곤 한다. 한국에서도 이제 반려 고양이(반려묘) 수는 120만 마리에 달하고(2012년 기준), 반려견 수는 줄어드는 데 비해 반려묘 수는 급증하는 등 ‘대세’다. 왜 고양이가 좋다는 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사람이나, 고양이를 키우면서도 고양이의 정체에 대해 통 헷갈린다는 사람들 모두에게 필요한 책 두 권이 함께 나왔다.
‘캣츠 갤러리’는 명화나 고전영화의 한 장면에 인간 대신 고양이를 그려 넣은 삽화를 모은 책이다. 이 책의 저자가 직접 그려낸 수백 장의 그림 속에는 때론 천연덕스럽고 때론 귀여운 고양이들의 다양한 모습이 담겨 있다. 고양이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고양이 초심자’라면 이 책으로 거부감을 줄여보는 것이 좋겠다.
‘캣 센스’는 고양이의 핏줄에서부터 생태, 인간과의 관계에 대해 깊이 있게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영국의 동물학자이자 자신이 고양이 ‘집사’(한국에서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들인 사람들을 일컫는 인터넷 용어)이기도 하다.
저자는 “고양이는 아직 가축화가 진행 중인 동물”이라고 말한다. 고양이는 애초에 혼자 살아가는 육식동물로 관계 맺기에 능숙하지 못한 편이다. 고양이들이 ‘개보다 까다롭다’거나 ‘음흉하고 교활하다’는 오해 아닌 오해를 받는 이유다. 하지만 생후 5∼8주에 인간의 애정과 손길을 충분히 받고 다른 고양이와 지낸 경험이 있다면 그 뒤로도 다른 고양이나 인간과도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그 증거 중 하나는 꼬리에 있다. 집고양이들은 서로 마주쳤을 때 보통 둘 중 한 마리가 먼저 자기 꼬리를 수직으로 세운다. 다른 쪽이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역시 꼬리를 수직으로 세운다. 이런 행동은 야생고양이에게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고양이가 야옹거리는 소리도 주인의 관심을 사려는 일종의 애정 표현이다. 고양이는 원래 자기들끼리 있을 때는 거의 소리를 내지 않는다. 하지만 야옹거리는 소리를 듣고 주인이 화답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조금씩 더 말이 많아지면서 다른 고양이나 주인은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언어’를 만들어가게 된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인터넷에 떠도는 고양이에 관한 여러 속설을 판별할 만한 근거를 알려준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고양이의 청각에 대해 저자는 “고양이는 음치”라고 말한다. 아주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있고 그 위치를 파악하는 데는 탁월하지만 음의 높낮이는 구분할 수 없다. ‘고양이를 부를 때는 목소리 톤을 높여야 한다’ ‘고양이 이름을 지을 때는 된소리가 좋다’ 같은 속설들은 근거가 희박하다는 얘기다.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꿈쩍도 하지 않는 고양이 때문에 상처 받았던 주인들에게는 위로가 될 만하다.
고양이의 기원과 핏줄에 대해 설명한 초반부는 다소 지루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고양이는) 놀고 싶은 때를 자기가 선택하는 것을 선호한다” “자기가 다가가서 시작되는 상호작용을 더욱 만족스럽게 생각한다”와 같은 고양이 집사들의 가슴을 울리는 조언이 눈에 띈다. “고양이 중성화가 인간에게 친밀한 유전자를 지닌 고양이의 개체 수를 줄일 수 있다”와 같은, 고양이의 복지를 위해 권장되어온 원칙을 뒤집는 주장도 담겨 있어 인간과 고양이의 미래를 위해 고민해볼 거리를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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