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글로벌 금융위기 이겨낸 미국의 ‘비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4일 03시 00분


◇스트레스 테스트/티머시 가이트너 지음/김규진 김지욱 홍영만 옮김/
664쪽·2만5000원·인빅투스

“중앙 은행가들은 경기가 패닉이 발생해 유동성이 증발하기 시작하면 액셀러레이터의 역할을 맡는다.”

대공황 이래 최악이라고 평가받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정책 결정자들은 가속기를 엄청나게 밟아댔다. 세계 경제는 붕괴 직전에서 돌아섰고, 금융시스템은 보존됐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장으로 일하다 2009년 1월 버락 오바마 1기 행정부의 재무부 장관으로 취임한 저자도 그 주역이다. 저자는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뱅커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과 AIG 구제, 정부 내 갈등 등에 대해 생생하게 묘사한다. 그리고 “미국의 정치와 금융 시스템은 ‘스트레스 테스트(거시경제 변수의 급격한 변동에 대한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선언한다.

저자는 솔직한 편이다. 저자는 2007년 3월 서브프라임 대출이 증권으로 재포장돼 위험을 평가하기 어려워졌다고 경고했지만 스스로의 말대로 “그건 너무 늦은 시점”이었다. 2006년만 해도 “조정이 심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밝힌다.

1일 그리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현재 진행형임을 말해준다. 글로벌 환율 전쟁과 1100조 원의 가계부채 사이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택한 한국이 만에 하나 대형 금융위기를 겪는다면 과연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을까.

2008년 초대 금융위원장을 지낸 전광우 연세대 석좌교수는 “미국이 대량으로 살포한 달러를 거둬 들이기 위해 언제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냐가 초미의 관심사인 것은 세계 경제가 아직도 당시의 그늘에서 못 벗어났다는 것을 뜻한다”라며 “위기관리 비법을 정책 결정자들에게 전수하는 책”이라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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