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5일 맑음. 사운드 앤드 컬러.
#165 Jamie xx ‘Gosh’(2015년)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
시험문제에는 대개 이 부분에 밑줄이 쳐져 있었다. 답은 ‘공감각적 심상’. 심화 문제일 경우 ‘청각의 시각화’.
시각과 청각은 대체로 공범이다. 마음을 훔치는 범죄의 은밀한 짝패. 애플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뮤직’을 내놨다. 음악을 재생하면 음반 표지가 휴대전화 화면의 절반 이상으로 대폭 확장되는 게 눈에 띈다. 고작 몇 mm 차이지만 스마트폰이 오디오를 대체한 시대에 이건 몇 cm 이상의 변화다.
표지는 앨범 내용에 대한 인식까지 지배하는 무서운 얼굴이다. 붉게 상기돼 경악하는 이의 눈, 코, 입을 화면 가득 클로즈업한 영국 밴드 킹 크림슨의 데뷔앨범(‘In the Court of the Crimson King’·1969년) 표지처럼. 표지 색상은 더 중요하다. 그에 따라 음향의 질감이 달리 들리는 것 같다. 영국 골드스미스대 연구팀에 이 훌륭한 연구 과제를 무상 기부하고 싶다.
두 장의 ‘색깔 앨범’이 나왔다. 미국 밴드 앨라배마 셰이크스의 ‘Sound & Color’, 영국 프로듀서 제이미 엑스엑스의 ‘In Colour’. 전자의 표지엔 까만 배경에 흰 글씨로 쓰인 아티스트와 앨범명뿐. 후자는 글자 없이 화면 중앙에서 24가지 색이 무지개처럼 뿜어 나온다.
음반사는 제이미 엑스엑스의 신작에 ‘총천연색 일렉트로니카를 만나다’라는 광고 문구를 썼는데 그건 거의 사기다. 음계를 아찔하게 뛰어내리는 멜로디, 화사한 신시사이저 음색이 오색 깃발 날리는 요즘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에 비하면 제이미의 것은 분주히 사각대는 리듬과 별개로 어둡고 내밀하다. 저음이 충분히 들리는 조용한 환경이 갖춰져야 특유의 습한 색채와 공간감을 드러낸다. 영화 ‘매드맥스’를 러시아의 타르콥스키 감독이 연출한다면 그 도입부가 꼭 이럴 것 같은 ‘Gosh’(QR코드), 청각장애인들의 춤을 슬로모션에 담은 ‘Sleep Sound’의 뮤직비디오는 그런 음악과 인상적으로 들러붙는다.
제이미의 음악은 그가 속한 밴드 엑스엑스(The xx)만큼 채도가 낮지는 않다. 그들은 두세 개의 단순한 화성 사이를 최소 구성 음만으로 동양화처럼 오간다. 이제 이 밴드의 차기작은 어떤 색일까 궁금해진다.
얼마 전 미국 법원의 동성결혼 합헌 결정 소식에 많은 이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프로필을 무지갯빛으로 바꿨다. 세상의 악보엔 공백이 더 많다. 보이지 않는 음표들. 소리와 색깔의 수십억 가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