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커피 한잔과 “Bonjour∼” 파리의 아침을 여는 新카페문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9일 03시 00분


파리가 사랑한 카페

카페는 파리지앵들에게 공기 같은 존재

파리지앵들에게 카페는 그들의 일상이자 삶이 숨쉬는 공간이다. 이른 아침 눈을 뜨면 빵을 사러 가다 들르기도 하고, 개를 산책시키기 위해 나왔다가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며 잠을 깨는 곳이 그곳이다. 그뿐 아니다. 샐러드로 점심을 해결하거나 오후 티타임의 여유를 즐기기도 하고 퇴근길에 맥주 한잔을 들이켜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리려고 찾는 곳이다. 오죽하면 파리지앵들에게 파리 여행에서 놓쳐서는 안될 장소를 물으면 에펠탑이나 몽마르트르가 아닌 카페와 공원을 힘주어 이야기하려고.

파리 역사와 함께하는 유명 카페들

문학 카페의 대명사로 불리는 카페 뒤 마고, 카페 드 플로르가 위치한 파리의 생제르맹 거리는 단순히 커피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장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100여 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들 카페는 사상가, 철학가인 시몬 드 보부아르와 장 폴 사르트르가 연애를 즐기던 장소이자 작업실이었을 뿐 아니라 피카소와 브라크 같은 예술가들에게는 삶과 작품을 논하는 토론의 장으로 이용되었다. 이들 카페를 드나들지 않고는 프랑스 인명 사전에 이름을 올릴 수 없다는 말이 생겼을 정도이니 그들의 삶과 예술에서 카페를 빼놓고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다. 지금도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인 카를 라거펠트, 줄무늬 니트로 유명한 소니아 리키엘과 같은 패셔니스타들이 비즈니스를 논하고 친구들과 담소를 나눈다.

파리에 불고 있는 앵글로 색슨 중심의 카페들

그렇다고 파리에 클래식한 카페의 이미지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파리 카페 문화에 새바람이 불고 있는데 유럽과 아시아의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호주 멜버른의 카페 거리에서 마주칠 법한 장소들이 파리 뒷골목에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유럽의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하는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에서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바리스타들로 그들이 파리에 진출한 시점과 이들 카페들의 유행은 때를 같이한다.

새로운 유행의 중심에 선 카페들

파리의 새로운 카페 문화를 이끄는 중심에는 지금 생마르탱 운하 주변에서 텐 벨(Ten Bells)을 운영하는 토마와 ‘저패니즈 타운’으로 불리는 생안 거리에서 텔레스코프(Telescope)를 운영하는 사진가 출신 니콜라 그리고 텔레 스코프에 있다가 지금은 파리를 대표하는 로스팅과 블렌딩 전문 회사로 이름을 떨치는 벨빌 브륄르리(Belleville Brulerie) 의 운영자, 토마가 있다. 텐벨의 공동 창업자는 호주와 영국인, 텔레스코프의 공동 창업자는 미국인, 그리고 쿠튐 카페의 공동 창업자는 호주인으로 앵글로 색슨족이 파리 카페를 주도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파리에서 이민자들이 많이 모여 사는 벨빌에 6개월여 전에 새롭게 문을 연 크렘(CREAM)의 오너, 조이는 파리 신 카페들의 성공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최근 파리에 생겨나는 신 카페들의 공통점은 친환경과 리사이클링을 콘셉트로 편안한 분위기로 다가서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나무나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한 모던하고 내추럴한 분위기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릴렉스된 분위기를 즐길 수 있게 하고 거기에서 일하는 바리스타들은 커피 맛에 목숨을 거는 열정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프랑스 전통 카페들이 리샤(Richard)와 같은 업체의 원두를 사용하여 비교적 통일된 맛을 유지해 온 것과 달리 이들 신생 카페들은 남미와 인도네시아, 아프리카산 원두와 같이 다양한 맛과 향을 갖춘 커피를 전문가가 엄선합니다. 그리고 이를 최고의 조합으로 블렌딩함으로써 높은 퀼리티와 각자의 캐릭터가 드러나는 커피 맛을 선보이는데 전세계를 여행하며 다양한 커피 맛을 즐겨 온 프랑스인들이 파리에서 저희 같은 카페를 찾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겠죠.”

카페 뒤 마고와 카페 드 플로르를 비롯한 파리 유명 카페들이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사이 파리의 새로운 카페들의 진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뜨거운 여름, 전통 프렌치 카페에서 아이스커피를 즐길 수 없는 것에 아쉬워하던 사람들이 이제 눈치 보지 않고 맛있는 아이스커피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분명 환영받을 만한 일이 아닐까 싶다.

▼ 정기범이 꼽은 파리 카페 베스트4 ▼

■텔레스코프 Telescope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기계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실력은 물론 전직 사진가 출신다운 감성의 소유자인 니콜라 클레가 경영하며 갸르니에 오페라와 루브르 박물관 중간쯤에 위치한 카페. 유명 레스토랑 셰프들이 아침에 들러 커피 한잔을 즐기는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특별히 매장 안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부엉이 관련 아이템들. 오너가 자신이 사랑하는 부엉이 인형을 카페 안에 장식하자 단골로 드나드는 사람들이 이를 보고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선물로 사다 준 것들이다. 에어로 프레스 필터와 핸드 드립 커피로 유명한 텔레스코프는 과테말라와 온두라스에서 건너온 고급 원두와 이들을 환상의 조합으로 블렌딩하고 알맞게 볶은 북유럽 유명 바리스타들의 세심한 손길을 거친 원두를 사용한다. 파리를 대표하는 베이커리인 장 뤼크 푸조랑의 빵과 집에서 만든 초콜릿 케이크와 쿠키들은 훌륭한 간식거리로 손색이 없다.

주소 5 rue Villedo 75001 Paris
개점 월∼금 08:30∼17:00, 토 09:30∼18:30
www.telescopecafe.com

■텐벨 Ten Bells

바리스타로서 오랜 경력을 쌓아 온 주인의 노련함은 카푸치노의 풍부한 거품만으로도 감지할 수 있다. 벨빌에서 볶아 낸 원두를 사용하는 이곳은 산도가 조금 느껴지고 가벼운 느낌의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곳이다. 록과 빈티지 솔이 공존하는 분위기도 즐겁지만 뉴욕의 브루클린과 런던의 쇼디치 출신의 스태프가 뽑는 커피 맛은 실망스러운 법이 없다. 쿠키와 스콘과 같은 간식거리는 물론 채식주의자를 위한 신선한 야채와 베이컨, 치즈 등을 넣어 만든 두툼한 샌드위치 맛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다. 진한 커피 맛에 이끌려 카페인을 지나치게 즐겼다는 생각이 들면 시칠리아산 레모네이드나 진저 비어를 맛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주소 10 rue de la Grange aux Belles 75010 Paris
전화 01 42 40 90 78
www.tenbelles.com

■카페 부트 Boot Caf´e

과거에 신발 수선을 하던 3평 남짓한 오래된 공간의 외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데다 간판 하나 제대로 없어 신경쓰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쉽다. 파리의 뒷골목 풍경을 담은 사진들이 콜라주처럼 벽을 장식하고 작은 컵에 꽂힌 예쁜 꽃들이 주는 화사함과 향기가 느껴지는 공간은 뉴욕타임스를 비롯하여 세계적인 언론이 보석처럼 추천한 파리 스팟 리스트에 일찌감치 그 이름을 올렸다. 여기의 오너 뉴욕 출신의 가구 디자이너이면서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필 윌의 이력이 눈길을 끄는데 그는 파리와 뉴욕에서 성공한 향수 브랜드, 르 라보의 파리와 뉴욕 매장을 디자인했고 파리와 베르사유에 멋진 로프트와 별장을 소유한 보보스족이다. 지극히 작지만 효율성 있고 심미적인 공간은 러블리한 고객들이 종일 드나들고, 일본과 덴마크 출신의 바리스타가 뽑아 내는 커피 맛의 비결 뒤에는 베를린 등의 유명 커피 하우스에서 공수해 오는 최고의 원두가 일등공신일 확률이 높다.

주소 19 rue du Pont aux choux 75003 Paris
www.facebook.com/bootcafe

■쿠튐 카페 Caf´e Coutume

오직 맛있는 커피를 찾기 위해 전 세계로 여행을 떠났던 커피 스페셜리스트 두 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카페. 봉마르셰 백화점 근처의 본점과 핀란드 문화원 내에 위치한 두 곳의 파리 지점을 포함하여 도쿄에 두 곳, 오사카에 한 곳의 카페를 운영한다. 에티오피아와 르완다에서 검증한 농장에서 생산되는 예가체크, 몬테 코페와 같은 신선한 원두를 공정무역으로 사들여 직접 블렌딩하고 커피를 볶는다. 향긋한 커피로 시작하는 프렌치 스타일의 심플한 아침식사도 경험해 볼 만하지만 수박 가스파초, 양고기 등과 같은 건강한 점심 식사는 몸매 관리에 신경 쓰는 파리지앵 사이에서 인기 있다. 파리 패션 피플들이 가장 즐겨 찾는 카페 베스트 3에 언제나 이름을 올리는 핫 플레이스.

주소 47 rue de Babylone
전화 01 45 51 50 47
www.coutumecafe.com

파리=정기범 객원기자·<시크릿 파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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