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엑스포 ‘한국의 밤’ 준비를 위해 한국관에 온 김소희 셰프. 우리 음식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지구 식량 공급, 생명의 에너지(Feeding the Planet, Energy for Life)’를 주제로 열리고 있는 밀라노 엑스포는 엑스포 역사상 처음으로 음식을 주제로 다룬 엑스포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일찍부터 이 지구촌 이벤트를 기다려왔다. 직업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먹거리 분야에 늘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라 지난달 그 현장을 다녀왔다.
밀라노 시내에서 북서쪽으로 1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엑스포장은 시계 방향으로 90도 회전시켜놓은 십자가 모양을 하고 있다. 메인 출입구인 서쪽 출입구부터 동쪽 끝까지 1.5km에 이르는 길 양쪽으로 개별 국가관들과 각종 테마관들이 죽 늘어서 있다.
주최국인 이탈리아 전시관들은 남북을 가로지르는 길 주변에 모여 있다. 국가관마다 대개 식당이 있음을 감안하면 이곳이야말로 한 집 건너 식당인 셈이다. 식당 외에도 작은 부스에서 간편히 즐길 수 있는 메뉴를 판매하기도 한다.
한국관도 식당에서는 비빔밥 같은 메뉴를, 식당 앞 한쪽에서는 김밥, 컵강정 같은 간편한 음식을 판매하고 있다.
우루과이관 식당에서 조리하고 있는 남미식 스테이크.엑스포장 내 음식점(음식을 파는 모든 형태)이 150여 개에 이르면서도 메뉴가 거의 겹치지 않는 것은 이곳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번 엑스포가 각국의 음식을 소개하자고 마련된 자리는 결코 아니다. 하지만 한 장소에서 전 세계 나라들의 대표적인 음식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 점은 이번 엑스포이기에 제공 가능한 즐거움이다. 출판기획자 눈에는 이 자체가 엮어볼 만한 콘텐츠로 잡힐 정도다. 그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몰라도 상관없다. 해당 국가관의 식당(음식 코너)을 들르면 해결될 일이다.
이탈리아 전역의 맛이 궁금할 때는 이털리(Eataly)를 가면 된다. 20개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들을 모두 이곳에서 맛볼 수 있다. 사업적 아이템으로서의 이탈리아 식자재에 관한 정보가 필요하면 이털리 근처의 이탈리아 음식 기업관 치부스 에 이탈리아(CIBUSeItalia)에서 해결할 수 있다.
한국관 내 식당과 식당 앞 간편식 판매 코너. 김혜주 씨 제공일본이나 우리나라처럼 식당 운영을 식당 전문 기업에 맡긴 나라가 있는가 하면, 프랑스관 식당 ‘카페 데 셰프’는 보퀴즈 도르(Bocuse d′Or·요리 월드컵으로 통하는 세계적 권위의 요리대회) 우승자들의 모임인 보퀴즈 도르 위너스(Bocuse d′Or Winners)의 프랑스인 셰프들이 관여하고 있다. 이들이 따낸 미슐랭 별만 16개, 이 중 국가공인요리장인(MOF)도 5명이나 된다. 그곳의 가장 간단한 메뉴라도 맛보고 싶었지만 방문 시간이 너무 일러 포기해야 했다. 영국관의 바&레스토랑은 윌리엄 왕세손 결혼식 때 케이터링을 맡았던 왕실 조달 허가(Royal Warrant Holder)를 받은 업체가 책임지고 있다.
푸드트럭 인기는 이곳 엑스포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은 전 세계에 푸드트럭 트랜드를 이끌어 낸 국가로서의 자부심을 내세우고 싶은지 ‘푸드트럭 네이션’이라 부르는 구역을 만들었다. 여기에 같은 디자인으로 꾸민 여러 대의 푸드 트럭을 규모 있게 세워놓고 패스트푸드의 대명사로 변질되기 전 원래의 방식으로 만든 햄버거와 바비큐, 샌드위치 등을 판매하고 있다.
밀라노 엑스포 한국관네덜란드관 주위에서는 각기 다른 디자인의 푸드트럭이 보였는데 이들은 미니핫케이크, 감자튀김 같은 것들을 팔고 있었다. 별 기대 없이 핫케이크를 맛보았다가 기존에 맛본 핫케이크보다 더 맛있고 부드러운 식감에 연신 집어먹었다.
미국은 아예 밀라노 시내 한복판에서도 식당을 운영한다. 엑스포 개막과 함께 영업을 시작한 더 제임스 베어드 아메리칸 레스토랑(the James Beard American Restaurant)은 밀라노의 랜드마크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 건물 내 호텔 세븐 스타스 갤러리아에 위치하고 있는데 엑스포 폐막과 동시에 이곳의 영업도 종료한다. 매주 미국 전역의 유명 요리사들을 한 명씩 불러와 미국 음식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품고 있는 이탈리아 밀라노. 지금 이 도시에는 또 하나의 기록으로 남을 또 하나의 식탁이 성대하게 차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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