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뒤면 초복(初伏)이다. 초복 중복 말복을 합쳐 삼복(三伏) 혹은 삼경(三庚)이라 한다.
복날이면 많은 이들이 더위를 이기고 몸을 보하기 위해 개장(국)과 삼계탕 등을 찾는다. 그러나 개장국은 사회 분위기 때문에 점점 삼계탕 등에 밀려나고 있다.
‘무더운 여름을 어떻게 넘겼냐고 묻는가?/솥에서 슬슬 끓는 육개장,/이열치열의 염천 보양식 있어….’(신중신의 ‘육개장’) 신 시인의 표현대로 삶아 찢은 쇠고기에 고사리, 토란줄기 입맛 따라 넣어 얼큰하게 끓인 육개장도 한때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보양식 중 하나였다. 먹거리가 많아져서인지 요즘은 상가에서나 맛볼 수 있을 뿐, 보양식으로는 그다지 인기가 없다. 표기마저 ‘육계장’으로 잘못 아는 이가 많다. 닭개장 역시 ‘닭계장’이라고 한다. 이는 개장이란 어원을 모르고 ‘닭 계(鷄)’라는 글자를 떠올리기 때문일 것이다.
육개장을 먹을 때마다 드는 의문이 있다. 눈 씻고 찾아봐도 개고기 한 점 들어 있지 않은 육개장에 왜 ‘개장’이란 말이 붙었을까.
육개장은 ‘육+개장’ 형태다. ‘개고기를 고아 끓인 국’인 개장에 쇠고기를 뜻하는 ‘육(肉)’이 붙은 것이다. 즉, 모양은 개장이고, 내용물은 쇠고기라는 뜻이다. 이는 값싼 개장국을 많이 먹다가 나중에 쇠고기를 넣는 일이 늘어난 때문으로 보인다. ‘닭개장’ 역시 마찬가지다. 영양탕과 사철탕, 보신탕은 분명 개장국과 같은 말이다. ‘개’라는 단어를 숨기기 위해 만든 말이다. 보신탕은 개장국과 동의어가 됐지만 영양탕과 사철탕은 아직 표제어에 오르지 못했다.
삼계탕(蔘鷄湯)과 계삼탕(鷄蔘湯)도 재미있는 표현이다. 사전 설명대로라면 계삼탕은 ‘삼계탕’을 한방에서 이르는 말이란다. 그렇다면 언중은 왜 닭이 주인공이고 인삼은 맛을 더하기 위한 조연일 뿐인데 삼계탕이란 표현을 즐겨 쓸까. 인삼이 귀한 약재이다 보니 그리된 것 같다고 추정할 뿐이다.
벼는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농부가 바빠야 농사가 잘된다는 뜻이다. 농부들도 복날에는 바쁜 걸음 잠시 멈추고 삼계탕 한 그릇이라도 들며 몸을 추슬렀으면 싶다. 가뭄이 완전히 해갈되길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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