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12일 일요일 비. 천국의 DJ. #166 Black Sabbath ‘She’s Gone‘(1976년)
10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DJ 고 김광한(9일 별세)의 빈소. 시원하게 웃는 영정 사진에 먼저 심장이 뜨끔했다. 재작년 5월, 라이벌 DJ 김기덕 씨와 고인을 함께 만나 인터뷰했다. 그 뒤 찾아뵙겠다고 해놓고 바쁘다는 핑계로 보질 못했다. 김기덕 씨는 “작년 봄까지 CBS에서 매달 한 번씩 함께 방송했는데 그때 잘해줄 걸 하는 후회가 든다”고 했다. “가끔 견해차로 방송에서 다투었거든요.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자녀가 없는 고인의 상주 역할은 경인방송에서 팝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젊은 DJ H가 했다. H는 고인의 팬이자 청취자였다가 DJ의 꿈을 이뤘다. 고깃국 한 사발 앞에 두고 그가 들려준 얘기는 믿기 힘들었다. H는 생전에 고인이 방송에서 즐겨 틀던 노래 100여 곡을 USB에 담아와 빈소에서 무작위 재생했는데 문상객에 맞춰 노래가 나온다는 거였다. ‘마지막 청취자들’을 위해 고인이 한 사람 한 사람 맞춤 선곡이라도 해주듯. 마이클 잭슨 팬클럽 회장이 들어서는 순간 ’빌리 진(Billie Jean)‘이 나왔다. 라디오 애청자가 고인의 방송 내용을 받아 적은 노트를 내밀자 방송 시그널 음악이 재생됐다. -다음 생에도 DJ를 하실 건가요?
“노노. 드러머가 되고 싶어요. 록 밴드를 만들어서 무대에 서고 싶어요.”(김광한·2013년 인터뷰 중)
영정 왼편엔 드럼스틱 한 쌍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그 옆엔 짤막한 부고 기사 한 토막이 코팅돼 놓여있었고. ’영원한 라디오스타, 하늘의 별이 되다.‘ 동아일보 기사였다. 마감시간에 쫓겨 급히 출고한 딱딱한 기사. 가시는 길에 건네 드린 건 그것뿐인데. 내가 조문할 때 재생된 블랙사바스의 ’쉬즈 곤(She‘s Gone)’은 처음 록에 빠져들 때 좋아한 곡일 뿐 아니라 심지어 정확히 내가 태어난 날 세상에 나온 노래다.
집에 와서 ‘쉬즈 곤’을 틀어놓고 잠이 들었다가 꿈을 꿨다. ‘당신이 떠나는 걸 보고 싶지 않았어… 내 여름의 사랑은 비로 바뀌었지’ 사무실 책상 위에 틀어두고 나간 ‘쉬즈 곤’이 어찌된 영문인지 우리 회사 건물 전체에 끝없이 울려 퍼지는 꿈이었다.
-올드 팝을 앞세워서 너무 ‘추억 팔이’만 하시는 거 아닌가요?
“30년 전 노래를 틀어도 DJ의 개성이 들어간다면 항상 새로운 거죠. DJ는 레코드가 아니에요. 라이브예요.”(2013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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