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예능프로그램 ‘SNL 코리아’에서 맡은 ‘양꼬치엔 칭따오’ 특파원 역할은 2010년 공연한 뮤지컬 ‘스팸어랏’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거예요. SNL에서의 모습은 대부분 10년간 뮤지컬 경험에서 나온 것입니다.”
30일부터 시작되는 뮤지컬 ‘맨오브라만차’ 10주년 공연에서 산초 역을 맡은 정상훈(37)은 요즘 무섭게 뜨고 있는 ‘대세’다. 1998년 배우 송혜교 등과 함께 SBS 시트콤 ‘나 어때’로 데뷔한 이후 긴 무명 생활을 거쳤다. 10년 전부터 뮤지컬로 방향을 돌려 주로 조연급의 코믹 캐릭터를 맡아 왔지만 역시 크게 빛을 보진 못했다.
그러던 그가 올 2월부터 ‘SNL 코리아’ 시즌6의 ‘글로벌 위켄드 와이’ 코너에서 중국 특파원 ‘양꼬치엔 칭따오’ 역을 꿰차면서 대중에게 각인되기 시작했다. 엉터리 중국어로 뉴스를 전한 뒤 ‘셰셰(謝謝·감사합니다), 양꼬치엔 칭따오’를 외치는 그는 웃음을 자아냈다. 인기에 힘입어 그는 6월 중국 맥주 ‘칭타오’의 국내 1호 광고 모델이 됐다. 중국 현지의 광고 모델은 ‘색,계’로도 유명한 배우 량차오웨이(梁朝偉)다.
7일 만난 정상훈에게 ‘양꼬치엔 칭따오’가 나온 과정부터 물었다.
“뮤지컬 ‘스팸어랏’에 아더왕으로 출연했는데 아더왕이 프랑스 사람을 만나 욕 배틀을 벌이는 장면이 있어요. 영어와 프랑스어로 싸울 순 없으니 전라도와 경상도 사투리로 변형시켜 대사를 소화했죠. 당시 전라도 사투리에 가짜 중국어를 녹였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이 때 경험과 SNL 작가의 도움으로 ‘양꼬치엔 칭따오’가 나왔습니다.”
요즘은 ‘예능인’으로 더 잘 알려진 그는 줄 잇는 드라마와 영화 출연 제의를 뿌리치고 ‘무대’를 택했다.
“주변에서 조금이라도 떴을 때 ‘큰물’로 나가라는 말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맨오브라만차’는 2013년 제가 처음 출연한 대형 뮤지컬이어서 고향과 같은 작품이거든요. 고민 끝에 이번 10주년 공연에 산초 역으로 다시 돌아왔죠. 금의환향한 기분이에요. ‘양꼬치엔 칭따오’ 덕분에 2년 전보다 개런티도 좀 올랐어요. 하하.”
그는 배우들 사이에서 ‘코믹연기 표본’으로 손꼽힌다. 서울예대 시절 신동엽 이휘재 등과 함께 동아리 ‘개그클럽’의 멤버이기도 했다. 후배 조정석이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득이로 캐스팅 됐을 때 대본을 들고 정상훈을 찾아와 조언을 구했다.
“요즘 연습이 한창인데 제작진들이 농담처럼 ‘연습 스케줄 짤 때 주연 돈키호테 역의 조승우나 류정한이 아니라 정상훈을 중심으로 짠다’고 하더라고요. 데뷔 17년 만에 가장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어요. 하하. 2013년 ‘맨오브라만차’ 공연 때 조승우 씨와 제가 대본과 달리 애드리브를 많이 한 걸 팬 분들은 기억하실 거예요. 이번 공연에서도 ‘기똥찬’ 애드리브 기대해 주세요.”
30일부터 8월 16일까지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 6만~14만 원, 1588-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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