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향에 달콤한 맛… 그 부드러움에 女心이 불붙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7일 03시 00분


소주업계, 도수 낮추고 맛 첨가하고…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소주잔을 들고 함께 건배를 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자몽에이슬은 낮은 도수에 상큼한 자몽맛이 더해져 인기다. 하이트진로 제공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소주잔을 들고 함께 건배를 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자몽에이슬은 낮은 도수에 상큼한 자몽맛이 더해져 인기다. 하이트진로 제공
근육질의 우람한 남성보다 부드럽고 자상한 꽃미남들이 브라운관을 점령한 요즘 소주의 세계도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목구멍으로 소주를 넘길 때 마초 같은 강인함보다 향긋한 과일 향을 남기는 부드러운 소주들이 인기다. 부드러움으로 남녀노소에게 어필하고 있는 소주계의 꽃미남들을 만나보자.

부드럽게 취하자


순한 소주 열풍은 롯데주류의 ‘순하리 처음처럼’에서 시작됐다. 순하리는 유자 과즙과 유자향이 첨가된 소주 칵테일 제품으로 알코올 도수는 14도다. 단순히 도수만 낮은 것이 아니라 유자의 새콤달콤한 맛과 부드러운 목 넘김이 특징이다. 특히 가짜 유자향이 아닌 전남 고흥산 천연 유자 농축액을 첨가해 유자 특유의 맛과 향을 살려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주류는 2013년 10월부터 약 1년간 4400여 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통해 ‘소비자들이 소주 특유의 향과 맛에서 느끼는 만족도가 낮다’는 점과 ‘향과 맛이 우수한 과실주에 대한 가격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점에 착안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주 가격으로 과실주의 풍미를 즐길 수 있는 제품 개발에 돌입했다.

롯데주류 측은 다양한 과즙을 테스트했다. 목 넘김이 좋고 단맛과 향이 오랫동안 유지됨은 물론 감귤류 계열 특유의 상큼함이 느껴지는 것은 단연 유자가 최고였다. 롯데주류의 과일맛 주류 출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5년 리믹스 레몬, 체리를 시작으로 2003년 리믹스 망고, 2008년 댓츠와이 화이트, 레드, 핑크, 2011년 리믹스 스파클링 레몬, 피치, 베리 등 199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과일 베이스의 칵테일 주류를 출시하고 있었지만 순하리만큼 인기를 끈 상품은 없었다.

순하리가 시장에 나오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가벼운 술자리를 즐기는 젊은층과 여성 고객들이 주로 마시다보니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제품과 맛에 대한 평가들이 전파되면서 주류업계의 ‘허니버터칩’으로 불렸다.

순하리는 3월 20일 출시 이후 100일째인 6월 27일 기준 누적 판매 4000만 병을 돌파했다. 4000만 병은 성인 1인당 두 병씩 소비한 수치며 국내 최고 높이의 건축물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완공 시 555m)를 1만5000개 세운 높이와 같다. 또 서울과 부산을 약 10회 이상 왕복할 수 있는 길이다.

순하리가 인기를 끌자 경쟁업체도 나타났다. 하이트진로는 6월 19일 신제품 ‘자몽에이슬’을 출시하며 순한 소주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자몽에이슬은 순한 과일 소주 시장의 핵심 경쟁요소를 맛으로 보고 순하리와 차별이 되도록 자몽을 선택했다. 국내에서 자몽은 다이어트의 대표 과일로 잘 알려져 있으며 비타민C가 풍부하고 칼로리가 낮아 인기를 끌고 있다. 자몽에이슬도 순한 과일 소주의 인기를 이어갔다. 자몽에이슬은 출시 하루 만에 115만 병이 판매됐다. 소비자들은 “다른 제품과 비교 시음을 해보니 맛있더라” “자몽에이슬은 깔끔하고 상큼한 과일 맛이 진하게 난다” “여자들끼리 마시기에 부담 없고 라벨이 시원해 보인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출시 이후 올라온 자몽에이슬 관련 블로그 게시물이 1000여 건에 달했으며 출시를 알리는 페이스북의 게시물에는 ‘좋아요’가 4만2000건에 이르렀다.

하이트진로 연구소 주류개발2팀의 구순효 수석 연구원은 “과일을 베이스로 한 제품을 담당하다 보니 국내외 과일 150여 종을 테스트한다. 지금까지 100여 종의 과일을 연구했으며 이 중 과일소주로 당장 출시해도 될 만큼 이미 뛰어난 주질을 여러 가지 보유하고 있다. 자몽 역시 그중 하나이다”라고 밝혔다.

지역 소주 회사인 대선주조의 ‘시원블루 자몽’은 지역 소주의 한계를 넘어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하고 있다. 대선주조 관계자는 “시원블루 자몽은 타사 제품보다 자몽과 레몬의 천연 과즙이 2.2배 더 들어가고 벌꿀도 넣었다”고 밝혔다. 시원블루 자몽은 부산, 경남 대부분의 대형마트와 편의점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롯데마트 등 일부 대형매장까지 진출했으며 6일부터는 전국의 이마트 매장 140여 곳에 입점됐다.

대선주조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입소문만으로 전국 매장까지 진출하게 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며 “소주는 지역색이 강하기 때문에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전국 판매로 넘어가는 데 큰 장벽이 있지만 이렇게 자연스럽게 전국구 제품으로 부상하게 된 것은 남다른 맛과 품질 덕분이다”고 말했다. 이어 “타 지역 도매상들도 직접 부산을 찾아와 시원블루 자몽을 가져가는 등 전국에서 밀려드는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밤샘작업을 강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드럽게 숙취를 해소하자

아무리 부드러운 소주여도 과음하면 다음 날 숙취에 시달릴 수 있다. 이럴 때 숙취도 해소하고 음주 다음 날의 갈증도 해소할 수 있는 것이 헛개가 들어간 음료다.

KGC인삼공사의 정관장 ‘헛개 홍삼수’는 국내산 헛개나무 열매 추출액에 정관장의 국내산 6년근 홍삼 농축액을 조화시킨 차 음료다. 헛개나무 열매는 예로부터 간 질환, 숙취 해소, 소화 불량 등에 도움을 주는 약재로 사용되어 왔는데 정관장 ‘헛개 홍삼수’에는 국내에서 시판 중인 헛개 음료 중 헛개 열매 추출액이 9500mg(340mL 기준)으로 가장 많이 함유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칼로리 제로’에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및 나트륨이 전혀 없어 다이어트 중인 소비자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헛개컨디션’ 시리즈로 유명한 CJ헬스케어는 새로이 ‘컨디션 헛개수 아이스 파우치’를 출시하며 헛개수 시장의 제왕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CJ헬스케어는 숙취해소 음료 ‘헛개컨디션’ 시리즈로 지난해 기준 숙취해소제 시장 점유율 46%를 기록하며 업계 1위에 올라 있다. 이번에 선보인 ‘컨디션 헛개수 아이스 파우치’는 연간 매출 90%가 5∼9월에 집중되는 것으로 알려진 아이스 컵 음료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계획이다. 컨디션 헛개수 브랜드 매니저 길재원 부장은 “‘컨디션 헛개수 아이스 파우치’를 통해 소비자들이 제품 고유의 맛과 청량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이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J헬스케어는 여성용 숙취해소제 ‘컨디션 레이디’도 선보이는 등 다양한 신제품을 활발히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식음료 전시회에서 제품을 소개한 데 이어 일본, 베트남 숙취해소제 시장에도 진출하며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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