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보호막 잃은 어린아이들, 전쟁과 맞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8일 03시 00분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앤서니 도어 지음/최세희 옮김
/1권 324쪽, 2권 464쪽/1권 1만3500원, 2권 1만4500원·민음사
때는 제2차 세계대전… 부모 잃은 독일인 소년과
시력 잃어가는 프랑스인 소녀의 드라마틱한 전쟁서사
아름답고 차분한 문체로 이끌어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을 겪는 앞 못 보는 소녀와 고아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참혹한 상처와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한다. 책 표지에 쓰인 소녀와 소년의 이미지. 민음사 제공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을 겪는 앞 못 보는 소녀와 고아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참혹한 상처와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한다. 책 표지에 쓰인 소녀와 소년의 이미지. 민음사 제공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을 겪는 앞 못 보는 소녀와 고아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참혹한 상처와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한다. 책 표지에 쓰인 소녀와 소년의 이미지. 민음사 제공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을 겪는 앞 못 보는 소녀와 고아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참혹한 상처와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한다. 책 표지에 쓰인 소녀와 소년의 이미지. 민음사 제공
시력을 잃는다는 것과 부모를 잃는다는 것. 어린아이들에게 이것은 단순한 ‘상실’ 이상이다.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여기 부모를 잃은 소년과 시력을 잃어가는 소녀가 있다. 소년은 독일인, 소녀는 프랑스인, 때는 제2차 세계대전이다. 그러잖아도 죽음의 위협과 늘 동거해야 하는 전쟁의 시간에, 소년과 소녀는 결말이 새드엔딩이라도 이상할 것 없는 처지다. 두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따라가다 보면 이들의 운명이 비극적이리라는 예감은 더욱 짙어진다.

소설은 두 아이의 이야기가 교차해 전개된다. 선천성 백내장으로 앞을 못 보게 된 소녀 마리로르는 파리의 박물관에서 일하던 아버지를 따라 할아버지와 삼촌이 살고 있는 해안도시 생말로로 피신한다. 아버지는 박물관 관장이 맡긴 133캐럿짜리 블루 다이아몬드 ‘불꽃의 바다’를 갖고 있는데, 이 보석은 나치가 집요하게 찾는 물건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죽은 뒤 독일의 탄광 도시 촐페라인의 고아원에서 여동생과 지내는 베르너는 가난하고 배운 것도 없지만 머리는 명석하다. 쓰레기장에서 주운 라디오를 재조립해 프랑스에서 송신하는 과학방송을 들으면서 지식을 쌓아간다. 나치의 눈에 띄어 청년정치교육원에 들어간 베르너는 교사의 총애를 한 몸에 받으면서도 잔인한 교육 방식에 회의한다. 작가는 현재형의 시점으로 얘기를 들려줌으로써 생생하면서도 처연한 감정을 살린다.

‘마리로르는… 손가락으로 나무껍질을 만진다. 오랜 친구. 아버지의 두 손이 그녀를 번쩍 들어올린다. 아버지는 순수한, 다른 사람도 웃게 만드는, 그녀가 평생토록 기억하려고 애쓰게 될 그런 웃음을 터뜨린다.’

소년과 소녀가 일찌감치 서로를 알고 교감을 나누게 되리라는 일반적인 기대를 작가는 비켜간다. 두 아이가 직접 만나는 것은 2권의 거의 끝부분에 이르러서다. 소녀는 라디오를 통해 ‘해저 2만 리’를 읽으면서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중간 중간 비밀스럽게 넣고, 소년은 이 라디오 주파수를 우연히 발견해 듣고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아 나선다. 작가는 두 아이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전쟁을 견뎌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글을 따라가는 독자 역시 조심스럽게 감정을 누르면서 읽어가게 된다.

이 소설은 전쟁의 상처에 관한 이야기이자 가치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린아이들이 맞서는 전쟁은 어른이 겪는 것보다도 참혹하거니와 ‘눈’과 ‘부모’라는 보호막을 잃은 아이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다. 작가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무엇이 소중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던진다. 나치가 그토록 찾던 블루 다이아몬드가 두 아이의 손에 쥐여진다. 아이들이 보석보다 소중한 것을 깨닫는 마지막 부분은 제목의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이 무언지 가늠이 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드라마틱한 전쟁 서사와 아름답고 차분한 문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 두 요소가 어우러져 독자들을 이끌어가는 매력도 크다. 올해 퓰리처상 수상작.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