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멋스러운 그림, 그 뒷이야기를 들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8일 03시 00분


◇욕망의 힘/이명옥 지음/332쪽·1만6000원·다산책방

고상우 작가의 ‘더 키스 2’(2008년). 직업 모델이 아닌 부부를 섭외해 보디페인팅을 입히고 수개월간 거듭 촬영한 것을 네거티브 인화했다. 다산책방 제공
고상우 작가의 ‘더 키스 2’(2008년). 직업 모델이 아닌 부부를 섭외해 보디페인팅을 입히고 수개월간 거듭 촬영한 것을 네거티브 인화했다. 다산책방 제공
표지 이미지는 사진작가 노세환의 ‘신데렐라 구두에 대한 고정관념의 한계’(2014년)다. 빨간색 페인트 통에 하이힐을 푹 담갔다 꺼내 촬영했다. 작가는 “페인트가 녹아내리는 장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굳어가는 과정을 촬영한 이미지다. 사람들은 미디어가 통제하는 정보를 비판 없이 그대로 수용한다. 눈으로 보고 사실로 믿는 것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진실을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책의 부제는 ‘착한 욕망을 깨우는 그림’. 지은이는 서울 종로구의 한 미술관 관장이며 국민대 미술학부 교수다. 그가 얘기하는 ‘착한 욕망’이란 파괴나 쾌락이 아닌, 생산적이라고 여길 만한 성취에 대한 욕망이다.

이 분야 전문가로서 오랜 시간 축적한 작품 경험을 적절히 활용한 덕에 끝까지 막힘없이 읽힌다. 그림에 얽힌 뒷얘기를 지루하지 않게 간추려 썼다. 작가들의 멋스러운 그림이 풍성하게 들어갔으니 카페에 앉아 들고 있기 좋다. 글의 절반은 비슷한 주제의 문학작품이나 작가 인터뷰 인용으로 채웠다. 인상적인 부분은 대개 그 인용구 편린 안에 있다. 미모의 이혼녀를 모델로 삼은 프랑스 화가 제임스 티소의 그림 뒤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이어내는 식이다. 노세환의 사진에는 마셜 매클루언의 ‘미디어의 이해’를 붙였다.

“전자기 기술은 인간에게 깊이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철저히 순종하라고 요구한다. 예지 능력이 뛰어난 예술가는 문화적 기술적 도전이 변형의 충격을 발휘하기 수십 년 전에 그 메시지를 미리 읽어낸다. 그런 예술가는 눈앞에 다가온 변화의 물결에 대비할 수 있는 모델들, 마치 노아의 방주 같은 것을 만들어낸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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