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동엽(1946∼2013) 개인전은 작가가 1980년대부터 선보인 ‘사이(間)’ 연작 15점을 선보인다. 작품 표제를 잊고 무심히 둘러봐도 ‘간격, 틈, 틔움’이라는 낱말이 발부리에 줄지어 부딪친다.
작은 이미지 사진으로 보면 흰 바탕 위에 옅은 회색의 점진적 농담(濃淡) 변화를 표현한 그림이 얼핏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수 있다. 가로 2m에 이르는 실물 캔버스 앞에 서서 붓질의 흔적을 확인하면 생각이 달라진다. 작가는 동양화에 쓰는 넓은 납작붓 양면에 각각 흰색과 회색 아크릴물감을 바르고 단순한 붓놀림을 무수히 반복했다.
그가 표현한 ‘사이’는 비워 남겨 놓은 틈새가 아니라 붓질을 덧입혀 생성한 간격이다. 관계맺음에서 적절한 거리를 찾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어쩌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과제다. 작가는 무수한 붓질로 적공(積功)하며 그 적당한 거리에 대한 답을 갈구했다. 02-720-1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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