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학교’는 ‘놀며 대화를 나누는 곳’이었다. 기원전 그리스에서 철학자들이 활동하던 때를 두고 하는 말이다. 당시만 해도 ‘배움’은 ‘일’보다 뒷전이었다. 그리고 배움의 수단은 주로 대화였다.
학교가 노는 곳이었다는 사실은 학교를 뜻하는 ‘스쿨(School)’의 어원에 담겨 있다. 스쿨의 어원은 라틴어 ‘스콜라(Schola)’인데, 이는 ‘일하는 도중에 갖는 배움의 여유’를 의미한다. 요즘말로 풀면 ‘레저타임(Leisure time·여유시간)’이다. 스쿨의 그리스어 어원인 ‘스콜레(skhole)’는 한 술 더 뜬다. 배움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그저 ‘여유’만을 칭했다. 당연하다. 고대 그리스인은 여유시간에 주로 토론과 대화를 즐겼기 때문이다.
그 스쿨이 중세(15세기)에 들어서는 ‘고기떼’를 뜻하는 단어로 쓰였다. 바다의 정어리 떼를 연상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제2롯데월드의 엔터테인먼트동(棟) 지하에 있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인기만점의 정어리 떼의 유영을 보자. 늘 한 방향이다. 모든 물고기가 단 한 마리도 예외 없이 같은 방향으로 헤엄친다. 그 모습, 교실의 풍경과 닮았다. 칠판을 향해, 선생님을 향해 앉아있는 학생들처럼.
스쿨은 ‘교육’의 현장이다. 그런데 교육을 뜻하는 영어단어 에듀케이션(education)의 어원을 보면 오늘날의 교육은 본질에서 상당히 멀어졌음을 깨닫는다. 에듀케이션은 ‘바깥으로’를 뜻하는 라틴어 ‘엑스(ex)’와 ‘인도하다’ ‘끄집어내다’라는 뜻의 라틴어 ‘두케레(ducere)’의 합성어다. 따라서 어원에 맞춰 충실하게 풀이하면 교육은 무엇인가를 억지로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안에 갖고 있는 것, 즉 잠재력을 발현시켜주는 것이었다.
기자가 굳이 ‘교육’과 ‘학교’를 어원까지 들춰가며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유. 지금이 여름방학이어서다. 방학이야말로 학생들에게는 모처럼의 ‘여유’다. 그리고 그리스시대에 여유는 곧 대화를 통한 교육의 시간이었다. 그런 만큼 올 여름방학엔 그 여유를 아이들이 교실 밖에서 즐기도록 해주면 어떨까 싶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의 족적은 세상과 자연, 그리고 진솔한 대화가 최고의 교실이자 교사이며 교육임을 웅변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이 올여름에 준비한 ‘에듀 바캉스’는 주목할 만한 에듀테인먼트 프로그램이다. 아쿠아리움을 단순한 볼거리 차원의 해양생물 전시관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이 자연과 세상을 체험하고 소통하도록 이끄는 ‘스쿨’로 보기 때문이다.
‘지구가 두꺼운 책이라면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은 얇은 종이 한 장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수백 수천 쪽은 바닷속입니다.’
세계 최초로 1943년 ‘스쿠바(SCUBA)’라는 ‘자가수중호흡장치’를 발명한 자크 쿠스토(1910∼1997)의 말이다.
그는 이 수중호흡장치와 역시 자신이 개발한 수중카메라 니코노스(NIKONOS)를 이용해 수중세상을 촬영한 다큐멘터리 ‘침묵의 세계(Le Monde DU Silence)’를 세상에 내놓았다. 이 다큐멘터리는 1956년 칸 영화제에서는 그랑프리를, 오스카 어워드에서는 아카데미상(장편기록영화부문)을 받았다. 그는 말년에는 해양오염방지 환경운동가로 활동했다. 1997년 유엔은 브라질에서 열린 ‘지구환경회의’에서 이런 업적을 기려 그를 ‘지구호 선장’에 임명했다.
그가 이처럼 추앙받는 이유. 그것은 우리가 볼 수 없었던 수중세계를 처음으로 생생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바다가 차지하는 비율은 표면상으로는 70%다. 그런데 부피는 그걸 훨씬 뛰어넘는다.
자크 쿠스토의 표현대로라면 바다는 땅의 수만, 수십만 배, 아니 그 이상이다. 이게 상징하는 것은 오직 하나. 바다가 아직도 미지의 세상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수중세상을 엿볼 수 있게 한 자크 쿠스토의 노력은 인류역사상 위대한 기념비로 존경받는다. 그와 더불어 추앙받아야 할 것이 또 있다. 심해의 수중을 지상으로 옮겨다 보여주는 ‘아쿠아리움’이다.
위험한 수중에 들어가지 않고도 희한한 세상을 구경할 수 있게 해준 이 시설. 인류 모두가 궁금해 하는 미지의 세상을 다큐멘터리보다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아쿠아리움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다. 하지만 아쿠아리움을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전시기술은 나날이 발전한다. 관건은 최대한 큰 수조 제작. 천문학적인 무게와 압력을 지탱할 수 있는 강도 높은 투명아크릴판 개발에는 우주선 개발급의 최첨단 기술이 필요하다. 따라서 지구 최고의 아쿠아리움은 최신 개장한 수족관이다. 그러니 지난해 개관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지구촌 최첨단 시설임에 틀림없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대형관람수조(수량 5200여 t)는 폭 25m에 높이 7.3m. 2011년 재개장 당시 세계 두 번째로 기록된 미국 캘리포니아 주 몬터레이 아쿠아리움보다 폭은 6.4m, 높이는 0.3m 더 길다. 그 대형수조에서 가장 주목받는 생물은 북극해에만 서식하는 지능지수 90의 하얀고래 벨루가(세 마리)와 몸길이 2m 이상의 너스상어. 축구장 한배 반 크기의 이 아쿠아리움은 모두 650종 5만5000마리의 강과 바다생물을 13개 테마로 나눠 전시 중이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이 다른 수족관과 대비되는 것은 규모뿐이 아니다. 설계 때 교육을 염두에 둔 것부터가 다르다. 대개 수족관에서는 수중 쇼를 펼친다. 하지만 여기에는 없다. 해양생태 연구, 생물과의 소통을 위한 시설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달 13일에 개시한 ‘에듀 바캉스’(8월 23일까지)도 그 연장선이다. 별도의 교육장까지 만들고 30여 명의 전문가(해양생물전공 학예사, 전문강사, 수의사, 평생교육사, 아쿠아리스트 등)가 전시교육부서와 협업해 수준 높은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방학 중에 집중 운영 중이다.
■ 에듀테인먼트 프로그램
에듀 바캉스 ▽아쿠아리움 마스터: 패스포트(1000원)에 제시된 미션(벨루가, 바다사자, 가오리, 펭귄수조 방문)을 수행하면 마스터로 인정하는 프로그램. 하루 400명 한정, 8월 23일까지.
▽아쿠아리움 탐험대장: 탐험활동지에 적힌 미션을 수행하면 인증한다. 잉어먹이주기도 들어있다. 초등학생 1000명 선착순. 2만6000원짜리 관람권에 포함. 7월 25일∼8월 23일.
▽주니어닥터: 초등학생 대상 해양생물 심층탐구 학습(하루 10명·온라인 선착순 접수). 해룡, 해파리 먹이활동 관찰과 멍게, 해삼, 불가사리, 조개 해부실습. 프리미엄 체험 활동일지 작성. 매일 오전 10시 반 개강, 3만 원. 25일∼8월 23일.
▽방학숙제 존: 물고기티셔츠, 바다비누, 열대어인형 만들기. 현장 접수. 25일∼8월 30일.
특별 프로그램 ▽키즈 아쿠아 돌봄 투어: 엄마를 대신해 두 시간동안 아이를 돌보며 아쿠아리움을 관람하고 물고기 먹이주기, 해양생물 만져보기, 해양생물 영상관람 등의 활동을 한다. 그동안 엄마에겐 사진 5장을 전송. 돌봄 대상은 48개월∼미취학 아동. 유아·유아미술 전공 아쿠아 선생님 한 명이 어린이 세 명을 맡는다. 3만 원(입장료 별도). 홈페이지에서 선착순 접수.
▽나는 아빠 아쿠아리스트: 초대형 수조의 수중에서 아빠가 아이를 데리고 함께 즐기는 체험다이빙. 아빠가 먼저 안전교육과 수중기술을 익혀 리허설까지 마친 다음 진행한다. 기념촬영과 수료증 발급. 40만 원(2명).
▽로맨틱 고백: 아쿠아리움 안에서 프로포즈용 고백방송과 기념사진 촬영 지원. 홈페이지에서 사연 접수, 하루 두 커플 선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롯데월드가 개장 25년을 맞은 지난해 10월 개장한 새 시설. 서울 잠실의 제2롯데월드 엔터테인먼트동 지하1, 2층에 있다. 롯데카드 사용 시 동반자 한 사람까지 입장료 30% 할인.
▽수족관 ‘애(愛)’ 무료 이벤트: 수요일 오후 5시 이후 입장 시 가족구성원에 따라 어린이는 3명까지 무료 입장(가족관계 증명서류 필수).
▽대표전화: 1661-2000
▼강수연 전시 매니저 인터뷰▼
“해양생물은 그저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즐겁지요. 하지만 그 생물을 좀더 알게 되면 이해와 소통이 넓어집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그 생물이 우리와 마찬가지로 지구의 주인이란 사실까지 깨닫게 된다면 세상은 좀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요?”
‘에듀 바캉스’ 기획자인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강수연 전시매니저(사진)의 말이다.
그녀는 “지난해 화제를 일으켰던 먹이캡슐과 잉어젖병주기를 훨씬 능가하는 고급스럽고도 전문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전문가 30여 명이 장시간 협업을 통해 개발했다”면서 “방학시즌에 처음 공개하는 이 행사를 통해 어린이들을 만날 기대에 부풀어 있다”고 말했다.
에듀 바캉스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이 해양과학교육의 미래를 밝히기 위해 중점육성 중인 교육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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