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시사주간 누벨옵세르바퇴르는 최신호에서 작가들이 즐겨 찾았던 여름휴가 장소에 대한 특집기사를 실었다. 작가들은 바캉스 때에도 많든 적든 글을 쓴다. 또한 휴가지는 작품 속의 무대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유명 문인이 바캉스 기간 중에 머물렀던 호텔방을 찾아다니는 팬들도 많다.
소설가 프랑수아즈 사강(1935∼2004)은 프랑스 남부 지중해변에 있는 생트로페의 라퐁슈 호텔에 자주 머물렀다. ‘슬픔이여 안녕’을 쓴 사강은 이 호텔의 21호실에 머물면서 “이곳에서의 매일 아침은 기쁨과 행복”이라고 썼다. 장폴 사르트르와 시몬 드 보부아르도 1953년에 같은 호텔을 찾아 해변에서 반바지 차림으로 다녔다. 이들이 머물렀던 호텔의 지하 바는 작가들의 아지트였다. 이 바는 파리의 젊은 예술가들이 많이 찾는 거리인 생제르맹데프레의 이름을 따서 ‘라퐁슈-생제르맹데프레 클럽’이라 이름 붙여졌다.
“흐트러진 머리칼, 건방진 젊은이들…. 우리는 재빠르게 뜨거운 태양 빛과 행복의 피곤함으로 가득 찬 해변에 파리의 생제르맹데프레를 재건설했다.”(시인 보리스 비앙)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도 프랑스 남부 리비에라 해안의 쥐앙레팽에 있는 ‘빌라 생루이’에서 휴가를 보냈다. 이 집은 1929년에 5성급 럭셔리호텔로 개조돼 현재 1박 가격이 350∼1900유로(약 43만∼238만 원)다. 피츠제럴드 부부의 스캔들은 늘 화제였다. 부부는 카지노 계단에서 서로에게 재떨이를 집어던지며 싸우는가 하면, 친구 집에 초대받아 손님에게 토마토를 던지기도 했다.
‘명상’의 시인 알퐁스 드 라마르틴은 여름휴가 때마다 프랑스 남부도시 마르세유에서 치유의 시간을 보냈다. ‘갈매기’를 쓴 러시아 작가 안톤 체홉도 프랑스 니스 해변에서 조개를 주우며 휴가를 보냈다. 체홉은 러시아인이 운영하는 오아시스 호텔의 1층에 묵으면서 수많은 화가, 작가 등 예술가 방문객을 받았다고 한다.
‘적과 흑’을 쓴 스탕달은 1837년 6월 프랑스 낭트에서 휴가를 보냈다. 이 여행은 소설 ‘여행의 추억’(1838년)의 소재가 됐다. 또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마르셀 프루스트도 매년 휴가를 보낸 프랑스 남부의 ‘그랑 호텔 카부르’를 자신의 작품에서 ‘발베크 호텔’이라는 이름으로 자세히 묘사했다.
소설 ‘복종’으로 현재 프랑스 베스트셀러 작가인 미셸 우엘베크는 파리의 저렴한 체인호텔이나 아파트형 호텔에서 여름휴가를 보낸다고 한다. 그는 “나는 현대 파리 중산층의 정서를 열렬히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고급 호텔에 머물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파리의 이탈리아 광장 주변에서 중국인 야채상점과 초현대식 미테랑 도서관이 어우러진 풍경이야말로 전통과 현대가 만나 새로운 역동적인 파리를 만들어내는 장소”라며 자신이 도심의 저렴한 호텔에서 글을 쓰며 휴가를 보내는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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