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한강 세빛섬에서 열린 국수전 본선 16강전 대국자 중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많이 받은 기사는 최철한 9단이었다. 왼발에 깁스를 한 채 목발을 짚고 대국장에 들어왔기 때문. 며칠 전 축구를 하다 다쳤다고 한다.
전보 마지막 수(◎)에 대해 흑 21로 하나만 밀어놓고 23으로 우하귀에 손을 돌린다. 참고 1도처럼 당장 손을 대면 백은 훨훨 날아가 버린다. 공격엔 인내가 필요한 법. 무작정 들이대는 공격은 상대가 쉽게 헤쳐 나간다. 멀리서 공격을 위한 벽부터 만들어둔다. 노련한 최 9단은 전혀 ‘쫄지’ 않는다. 배짱 좋게 백 24를 차지한다. 상대가 멀리서 포를 쏘아댄다고 지레 도망가는 겁쟁이는 프로가 아니다.
그렇다면 흑은 전면전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흑 29의 공중포격에 이어 흑 33의 접근전을 시도한다. 그러나 좌변 백은 참고 2도면 상변 백과의 연결에 아무 지장이 없다. 그런데 참고 2도 흑 2를 허용하는 게 아까웠던 최 9단은 백 1을 생략하고 실전 38로 그냥 달려버렸다. 이지현 5단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감돌았다. 본능적으로 이 수가 상대의 대실착이란 걸 알아차린 것이다. 응징의 첫수는 ‘적의 급소가 나의 급소’, 흑 39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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