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한없이 자상하던 우리 오빠, 그런데 왜 화가 났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일 03시 00분


◇오빠랑 사이좋게 지내는 건 재미없어/강영숙 글, 그림/
72쪽·1만 원·길벗어린이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형제 사이는 (자매나 남매 모두 포함해서) 태어나자마자 맞이하는 친구이자 경쟁자 관계입니다. 더할 나위 없이 재미있고, 더할 나위 없이 속상한 상대방이죠.

이 책에 나오는 남매의 모습도 그렇습니다. 오빠 ‘주홍이’와 여동생 ‘분홍이’의 관계가 여동생의 시각으로 그려집니다. 여동생의 눈에 비친 오빠는 거의 ‘도인’입니다. 맛있는 게 있으면 나눠주고, 못된 친구 혼내주고, 더우면 땀 닦아주고, 다리 아프면 업어주고, 다리가 안 아파도 업어줍니다. 여기서 잠깐 의문이 생깁니다. 엄마는 어디 갔을까요? 책 앞머리에 살짝 이 남매의 사연이 보이네요. 엄마 직장 때문에 할머니와 살고 있나 봐요. 초등학생인 이 오빠가 조금 일찍 철들어 버린 이유입니다.

그러던 오빠가 화가 났습니다. 말도 안 하고, 학교 갔다 오면 가방만 던져 놓고 나가 버립니다. 여동생은 아예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여동생도 혼자 놀아봅니다. ‘부릉부릉 자동차 놀이 하다가…아이, 재밌다.’(43쪽) 한없이 풀 죽은 저 목소리 들리시나요?

글은 한 쪽에 한두 줄 정도입니다. 철없는 여동생의 시선으로만 진행됩니다. 이야기의 세세한 면은 그림이 완성해주고 있습니다. 몰래 뒤따라오는 여동생을 지켜보는 곁눈질, 별것도 없다면서 오빠를 따라 머리에 꽂은 풀대궁이들은 그림이 하고 있는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방학입니다. 아무래도 형제들이 붙어 있을 시간이 많은 때지요. 같이 앉혀 읽어 주고, 동생은 동생대로 형은 형대로 이야기하기 좋은 책입니다. ‘그러니까 사이좋게 지내.’ 이런 뻔한 결론, 굳이 덧붙이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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