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녀석 맛있겠다’ 저자 방한, “왜 하필 공룡이냐” 질문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일 16시 10분


다짜고짜 “왜 하필 공룡이냐”고 물었다. 자주 듣는 질문이라 이젠 ‘지겹다’라는 표정이 1.5초 정도 스쳤지만 그는 이내 ‘티라노사우루스’처럼 이빨을 드러내며 씩 웃었다.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인간 세상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하!”

동화 ‘고 녀석 맛있겠다’(이하 고녀석·달리 출판사)의 그림 작가 미야니시 다쓰야 씨(59)는 지난달 말 구연동화 시연과 동명 애니메이션 시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이 작품은 아기 초식 공룡 안킬로사우루스를 잡아먹으려던 티라노사우루스가 “아빠”라고 부르는 작은 공룡에 부성애를 느껴 세상의 위협으로부터 지켜주는 이야기를 다뤘다.

2004년 첫 출간 후 성인 층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고 세계적으로 수백만부가 팔렸다. 10번째 이야기 ‘나는 당신을 믿어요’가 최근 국내에 출간됐고, 이 시리즈를 토대로 제작된 국산애니메이션 ‘함께 라서 행복해’도 지난달 29일 개봉했다. 최근 만난 그와 ‘가난’부터 이야기했다.

“미대 졸업 후 그래픽 디자이너가 됐는데, 손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망이 억제가 안 됐어요. 회사를 그만 두고 그림책을 그려 출판사를 돌아다녔어요. 갈 때마다 거절당하면서 정말 가난하게 살았죠.”

당시 그는 부와 가난, 명예, 돈, 행복, 삶 등의 가치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작품에 반영했다. ‘고녀석’에서 티라노사우루스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지만 쓸쓸하게 살아간다.

“비싼 차와 좋은 집, 돈과 권력을 가지면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하죠. 우선 가진 게 많고 힘이 센 캐릭터를 생각했어요. 늑대, 코끼리, 호랑이…. 하지만 무언가 모자란 느낌이었죠. 그러다가 공룡, 그중 가장 강한 티라노사우루스가 떠올랐어요. 대척점의 존재도 설정했죠. 안킬로사우루스에요. 연약하지만 착한 존재죠. 티라노는 안킬로사우루스에게서 따뜻한 마음을 배우게 됩니다. 둘 중 누가 더 대단한 존재일까요?”

미야니시 씨는 “다른 그림책처럼 토끼와 곰이 친구가 되게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실제 세상은 공룡세계처럼 강하고 약한 존재로 나뉘고 먹고 먹힌다”며 “‘고녀석’ 결말에서 두 공룡은 정을 나누다 이별한다. 그게 삶이고 리얼리티”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인터뷰 내내 장난을 많이 쳤다. 세월과 주름 밑으로 개구쟁이가 살아남은 느낌이었다. 어떻게 이런 감성을 유지하는지 궁금했다.

“1956년 일본 시즈오카 현에서 태어났죠. 들판과 강, 산 등 자연이 풍부한 곳이에요. 장수풍뎅이를 만지고 뿔에 찔리고, 그 촉감을 느끼며 자연과 커뮤니케이션이 하는 시대였죠. 요즘 애들은 컴퓨터 게임을 하느라 그런 경험을 할 수 없어요. 자연과의 교감은 상상력을 키워주고 인간관계에 영향을 주는데 자연과 단절되다보니 문제가 생기죠. 일본에서는 초등학생이 자살할 정도죠.”

최근 국내 출간된 신작 ‘나의 영웅, 대디맨’도 부정(父情)을 다뤘다. “제 작품은 제가 생각하는 삶을 표현하는 ‘그림일기’에요. 그러다보니 특별히 어린이를 대상으로만 작품이 나오진 않습니다. 남녀간 사랑, 부정, 모정, 우정…. 사람들이 겪는 수많은 사랑에 대해 앞으로도 계속 그려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인터뷰를 끝내며 그는 “저녁에 한국 팥빙수를 먹겠다”며 웃었다.

“한국영화에 관심이 많아요. 다만 욘사마(배용준) 나오는 드라마는 보다가 관뒀습니다. 그가 제 흉내를 내는 것 같아서요.(웃음) 김치는 하루 종일 먹고 싶어요.”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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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동화작가 미야나시 타츠야 
‘고녀석은 맛있겠다’의 저자인 일본 동화작가 미야나시 타츠야가 본사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일본 동화작가 미야나시 타츠야 ‘고녀석은 맛있겠다’의 저자인 일본 동화작가 미야나시 타츠야가 본사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일본 동화작가 미야나시 타츠야 
‘고녀석은 맛있겠다’의 저자인 일본 동화작가 미야나시 타츠야가 본사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일본 동화작가 미야나시 타츠야 ‘고녀석은 맛있겠다’의 저자인 일본 동화작가 미야나시 타츠야가 본사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일본 동화작가 미야나시 타츠야 
‘고녀석은 맛있겠다’의 저자인 일본 동화작가 미야나시 타츠야가 본사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일본 동화작가 미야나시 타츠야 ‘고녀석은 맛있겠다’의 저자인 일본 동화작가 미야나시 타츠야가 본사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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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녀석은 맛있겠다’의 저자인 일본 동화작가 미야나시 타츠야가 본사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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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녀석은 맛있겠다’의 저자인 일본 동화작가 미야나시 타츠야가 본사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일본 동화작가 미야나시 타츠야 ‘고녀석은 맛있겠다’의 저자인 일본 동화작가 미야나시 타츠야가 본사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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