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9기 국수전… 주먹다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0일 03시 00분


○ 류민형 4단 ● 김지석 9단
본선 16강 4국 5보(82∼99)

흑 ●로 우상 흑 실리가 확실하게 굳어지면서 국면은 완연히 흑의 페이스다.

이젠 평범한 진행으로는 반전의 기회를 잡기 힘들다. 백 82로 백 ○를 살려 나온다. 백 ○는 폐석 같지만 이 한 점이 흑의 수중이 들어가면 백이 시비를 걸 데가 없을 정도로 흑이 튼튼해진다.

류 4단은 이번엔 백 86으로 하변 흑 대마를 슬쩍 건드려 본다. 중앙 백 돌을 살려 나오기 이전에 흑이 우세를 믿고 물러서는지, 아니면 여전히 강하게 버티는지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백 88도 함축적인 수. 지금은 모양을 확실하게 정리하면 불리한 백이 더 불리해진다. 예를 들어 참고도처럼 백 1로 막으면 하변 흑과 중앙 백을 바꿔치기하는 진행이 예상된다. 자체로는 백에 이득이다. 하지만 유리한 흑으로선 조금 손해를 봐도 ‘앓던 이를 뽑는’ 느낌이 드는 결과다. 백으로선 최대한 미지수로 남겨 둔 곳이 많아야 역전의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흑 89로 하변 흑을 살리자 백도 90으로 중앙 백을 살린다. 자, 이젠 중앙이다. 흑 99로 중앙 흑 돌이 움직인다. 그동안 힘겨루기만 했던 흑과 백이 드디어 주먹다짐을 벌이려 하고 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달려드는 백과 절대 물러서지 않고 상대의 움직임을 보며 카운터펀치를 날리려는 흑.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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