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음식들이 가득 차려진 뷔페에서 한 가지를 골라야 하는 것 같아요. 그만큼 좋은 한국 작가들이 많습니다.”
좋아하는 한국 작가가 누구냐는 질문에 라르스 다니엘손 주한 스웨덴 대사(62)는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7일 서울 중구 소월로 스웨덴대사관에서 만난 그는 “한국에서 지낸 4년의 시간은 한국의 정치 경제뿐 아니라 문인들을 많이 접하고 알게 됐다는 점에서 소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말 한국을 떠나 독일 대사로 부임한다.
그가 국내 작가들과 만나게 된 계기는 서울문학회다. 이 문학회는 한국에서 일하는 각국 대사들이 한국문학을 만나는 창구가 됐다. 시인 고은 김지하, 소설가 박완서 황석영 등 국내 작가들이 외교관들과 만나 작품을 읽고 토론했다. 다니엘손 대사는 2006년 만들어진 이 모임의 3대 회장을 맡아 4년 간 문학회를 이끌어왔다.
다니엘손 대사는 “한국에 스웨덴을 널리 알리는 게 외교관의 임무이지만, 거꾸로 한국을 세계에 많이 알리는 것도 내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고은 시인과 소설가 김영하 씨를 특히 좋아한다는 그는 “고은의 ‘만인보’에 나오는 많은 사람들의 삶의 모습에 감동받았고, 김영하의 단편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의 현대적 표현 방식이 인상 깊었다”며 구체적으로 작품을 짚기도 했다. 그는 “영어로 번역된 한국 작품이 아직 많지 않아 해외 각국에서 한국문학을 충분히 접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면서 “번역이 활발하게 이뤄지면 한국 문학의 개성과 아름다움이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해외에 많이 알려진 것처럼 외국인에게 한국문학을 알릴 수 있는 국제적인 행사가 한국에서 개최되면 좋겠다는 게 그의 바람이자 조언이다.
대사 자신이 자국에서 자서전을 출간한 작가다. 그는 “학교를 마치고 도서관에 앉아 교사였던 부모님이 퇴근하길 기다리면서 책을 읽었다. 스웨덴 겨울이 어둡고 추워 집안에서 독서를 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도 문학에 대한 관심을 북돋우는 데 도움이 됐다”고 돌아봤다.
스웨덴은 노벨문학상을 선정하는 한림원이 있는 곳이다. 최근 ‘오베라는 남자’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등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스웨덴 문학에 대한 국내 인지도가 높아졌다.
다니엘손 대사는 “나도 그랬고 스웨덴에선 작가들이 책을 내면 전국을 돌면서 독자들과 만난다. 나라 자체가 문학에 관심이 많다”며 자부심을 보였다. 그는 “재미나면서도 진정성이 있는 유머 같은 스웨덴 소설의 개성이 한국 독자들에게 호소력이 있는 같다”고 분석했다.
12일 다니엘손 대사의 환송회를 겸한 제39회 서울문학회 모임이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다. 문학회 첫 모임에 참석했던 고은 시인이 다시 초청됐다. 다니엘손 대사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한국인 모두 한국문학을 더 많이 알 게 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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