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초 멤버 선예의 결혼으로 갑작스러운 공백기를 맞자 유빈이 드럼을 배우고 싶다는 뜻을 회사(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 쪽에 밝혔다. JYP 관계자는 “큰 기대 없이 강사를 추천해 줬는데 유빈이 매일 10시간 가까이 연습에 몰두해 놀랐다”고 했다. 이에 자극받은 다른 멤버들도 “악기를 배워보고 싶다”고 했다. 선미는 베이스기타, 혜림은 전기기타. 이미 싱어송라이터로서 솔로 앨범을 낸 예은까지 모이니 회사에서 시키지도 않은 밴드 합주가 시작됐다. 소속사에서는 서울 청담동 본사 옆 건물에 밴드 연습실을 마련해줬다. 데뷔를 앞둔 6인조 남성그룹 데이식스와 원더걸스, 두 팀만 맘껏 쓸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새로운 원더걸스가 튀어나왔다. 소희(연기자 전향 선언)와 선예(결혼)의 탈퇴, 선미의 복귀로 곡절을 겪은 이들의 가요계 복귀는 3년 2개월 만이다.
최근 나온 3집 ‘Reboot’는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 미국을 강타한 댄스 음악 장르인 ‘프리스타일’을 표방한다. 기계적인 80년대 신시사이저 음향으로 반복되는 d단조의 명징한 분산화음, 당김음이 강조된 펑키한 드럼 머신…. 타이틀 곡 ‘I Feel You’(작사 박진영·작곡 박진영 E.One·편곡 박진영 홍지상)는 80년대 미국 여성 3인조 엑스포제(Expos´e)를 떠오르게 한다.
앨범의 악기 녹음에는 멤버들 대신 편곡자, 전문 연주자들이 임했다. 최근 언론 쇼케이스 무대에서 본 원더걸스의 라이브 연주는 프로 수준은 아니었다. 다만 일부 멤버의 솔로 연주는 꽤 인상적이었다. 멤버들은 ‘I Feel You’를 제외한 전곡의 작사·작곡에 고루 참여했다. 홍지상 심은지 같은 JYP 소속 작곡가들이 도왔다.
예은은 “‘Tell Me’ ‘Nobody’ 땐 음악에 대한 이해 없이 했다면, 이번엔 (한 숙소에 사는) 넷이 밤마다 모여 록, 힙합, 신스팝, 프리스타일 같은 여러 장르의 80년대 음악만 줄곧 들었다”고 했다. 그는 미국 여성그룹 스위트센세이션, 커버걸스, 시덕션, 파자마파티, 뱅글스를 언급했다. 유빈은 “(미국 여성 드러머) 실라 이(Sheila E.)를 많이 참고했다”고 했다. 선미는 “록 밴드 10cc와 토토를 많이 들었다”고, 혜림은 “존 메이어, 제프 벡, 레니 크래비츠의 영상을 많이 봤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는 “타이틀곡보다 다른 수록곡들이 더 좋다”고 했다. 김윤하 평론가는 ‘I Feel You’를 ‘Nobody’만큼 높이 평가했다. 그는 “팀이 원래 지닌 복고적이고 펑키한 이미지와 어우러지면서도 무엇보다 곡이 좋다. 연주력에 논란은 있지만 악기를 실연 가능한 수준까지 소화하면서 음악에 미장센으로도 적절히 활용한 것이 돋보인다”고 했다. 이대화 평론가는 “아이디어는 재밌지만 멜로디와 보컬의 매력이 예전 히트 곡들보다 부족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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