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현의 힐링 미술관]위험에 빠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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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Jeopardy·1902년, 아서 해커
In Jeopardy·1902년, 아서 해커
《 김선현 차의과학대 미술치료대학원 교수가 매주 화요일 ‘힐링 미술관’으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미술과 심리학을 전공한 김 교수가 각박한 일상에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어 줄 그림을 소개합니다. 》

주위에 노란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습니다. 나들이를 나온 듯한 한 여인은 치마를 움켜쥐고 다급히 물가로 뛰어온 듯합니다. 시선을 따라가 보니 물을 타고 흘러가는 양산이 있습니다. 물은 잔잔하고 얕아 보이지만 선뜻 물에 뛰어들지는 못합니다. ‘위험에 빠지다(In Jeopardy)’라는 그림 제목대로 어떤 인물이 위험에 빠진 것은 아닐까 생각하기 쉽지만 정작 위험에 빠진 건 양산입니다.

우리는 가끔 사소한 것에 굉장히 집착하여 감정이 상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물건을 잃어버리는 것부터 사람과의 관계까지 여러 생활 국면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가끔 치료실에서 과거에 대한 집착과 후회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최근 상담을 위해 병원을 찾은 박모 씨는 그림 속 여인처럼 떠내려가는 양산을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구르기만 할 뿐 다른 것은 전혀 시도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때로는 물에 뛰어드는 용기도 필요한데 그저 하염없이 떠내려가는 양산을 쳐다보는 자신의 모습이 그림에 비치는 것 같다고 합니다.

물론 들고 있던 양산이 갑자기 물에 빠지면 당황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다 보면 어찌 해야 할지를 몰라 당황해서 순간적으로 아무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내 주변을 살펴보고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 방법을 떠올려야 합니다. 또는 양산을 건지지 않고 빨리 마음을 비우는 것이 하나의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손으로부터 벗어난 것에 대해 집착을 버리는 것은 마음의 짐을 비우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상황에 대한 해석을 달리하는 것은 자신의 몫입니다. 그림의 여성은 연약해 보일지는 모르지만 치마를 탁 잡았습니다. 뛸 자세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그림 전체에서 느껴지는 노란색을 보십시오. 유채색 중에서 명도와 채도가 가장 높은 노란색은 대뇌를 자극해 집중력과 상상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과 관련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노란색은 치유와 희망의 색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박 씨가 과거에 놓친 양산은 안타깝지만 그림 전체에 피어 있는 노란색의 꽃들을 통해 희망을 찾으면 좋겠습니다. 과거보다는 현재가 중요하니까요.

여러분도 작품 속 풍경을 바라보며 흘러가는 양산을 건져낼 것인가, 흘려보낼 것인가에 대한 선택을 해보고 그림 속 다음 장면을 상상해보세요. 잔잔히 흘러가는 물처럼 나의 마음도 같이 흘러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김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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