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글로벌 북 카페]G2 중국경제 업그레이드 지침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3일 03시 00분


대만 경제학자 랑센핑의 ‘중국경제의 구제도와 신창타이’

2012년 집권한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이끄는 정부는 ‘중국식의 중저속 성장’ 체제인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 경제로의 전환을 강조한다.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 지속 가능한 성장, 친환경 성장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외부에서는 중국의 신창타이는 고속성장을 지속하기 어려운 중국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적응하려는 것이라는 소극적인 의미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고도성장을 이어갈 수 없으니 내거는 슬로건쯤으로 이해하려고 한다.

대만의 저명 경제학자이자 홍콩 중문대 교수인 랑센핑(郞咸平) 박사의 ‘중국경제의 구제도와 신창타이’는 중국 정부가 지향하는 신창타이에 대해 다소 부정적이자 방어적인 의미로 이해하려는 사람들에게 주는 개혁의 메시지다.

고속 성장과정에서 누적된 문제점과 모순, 혹은 소홀히 했던 것들을 바로잡는 개혁을 통해 중국이 진정으로 정상적인 시장경제국가로 가는 길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려 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신창타이가 중국 경제에 주는 영향은 ‘중국식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계기가 된 덩샤오핑(鄧小平)의 1992년 남순강화(南巡講話)에 못지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우선 개혁이 이뤄지기 전에 ‘구제도’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었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분석한다. 무엇보다 국유기업이 어떻게 부패의 온상이 되었는지를 고발한다. ‘절대적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영국의 역사학자 존 액턴(1834∼1902)의 말을 인용해 중국이야말로 권력을 통해 어떻게 부가 축적됐는지를 제시하고, 미국의 예산제도와 중국 나름의 인사 관리 시스템을 결합한 대안도 제시한다.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주택시장의 불안이 중국식 관치금융을 통한 은행의 농단에 의해 발생하는 것도 구제도 폐해의 핵심 요소로 지적한다. 현재 중국 경제의 잠재된 시한폭탄처럼 지적되는 지방정부의 과다한 채무도 결국은 은행이 방만하게 부동산 대출을 해주도록 방치했기 때문에 나타난 부메랑이라고 랑 교수는 지적한다.

구제도 개혁의 출발점 중의 하나는 시장 기능의 회복 내지는 시장질서의 유지다. 시장을 독과점하며 가격을 왜곡하는 공룡인 국영기업의 해체나 민영화가 첫 번째 과제다. 전력 등 에너지, 통신, 금융 관련 기업들이 우선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반드시 정부가 개입해야 하는 것이 아니면 정부가 가격을 결정하는 구조부터 혁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과 시장의 교환(市場換技術)’ 방식으로 외국기업을 끌어들였던 방식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 점은 신창타이가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외국 기업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일례로 외국 자동차 업체들은 1980년대 이후 들어와 시장만 차지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통해 중국을 포위 견제하려고 하는 등 국제무역 질서에서도 신창타이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고, 위안화를 명실상부한 국제화폐로 승격시키는 것이 ‘국제화폐 질서의 신창타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이 국내외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기 위한 지침서에 가깝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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