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9단의 수읽기 결과는 흑 141.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수였다. 이 수를 보고 있어 김 9단은 여유로웠던 것이다. 비효율의 대명사인 빈삼각이지만 여기선 흑의 무사 생환을 담보하는 묘수.
허술하던 백의 포위망이 우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백 142로 최대한의 응급 처방을 하지만 여기저기 노출된 백의 약점을 동시에 막을 수 없다. 백 142로 달리 두면 무조건 흑이 살아간다는 건 한번 확인해보기 바란다.
이어 흑이 점잖게 143, 145로 두자 백은 응수가 끊긴다. 참고도 백 1로 이어야 하는데 흑 2, 4에 이어 8로 끊어 하변 흑과 중앙 백의 수상전이 벌어진다. 하지만 한눈에 봐도 백의 수가 부족하다. 수순 중 백 3을 생략할 수 없는 게 흑의 비극. 손 빼면 백 ‘가’로 끼우는 수가 성립한다.
그래서 백은 146으로 보강하고 흑 147을 허용할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 백 148이 헛수. 하변 흑의 눈을 파호한다는 뜻이었지만 김 9단은 이를 외면하고 149, 151로 중앙 백 5점을 추가로 잡아버린다. 이래서는 실리로 대차가 났다.
백 152로 마지막으로 떼를 써본다. 흑 153이 괜한 단수 같지만 나중에 보니 긴요한 수였다. 류민형 4단은 흑 155를 보자 돌을 던졌다. A로 파호하면 잡을 수 없는 걸까.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