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경영학 초짜, 하버드 MBA 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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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경영학 수업/필립 델브스 브러턴 지음/조윤정 옮김/408쪽·1만6000원·어크로스

‘1. 경영은 타이밍이다, 2. 조직과 소통하라, 3. 자산과 비용은….’

이 같은 ‘∼해라’식 혹은 나열식 경영서가 하루에도 수십 권씩 쏟아진다. 그래서 제목을 보고는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즉 하버드 경영학석사(MBA) 과정에서 가르치는 핵심 내용을 지루하게 나열한 흔하디흔한 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몇 페이지를 읽으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을 읽으면 과장을 ‘조금’ 보태 직접 하버드 MBA에 입학해 2년간 학교를 다닌 듯한 기분이 든다. 저자는 시험을 거쳐 입학하고, 쏟아지는 과제에 치이고, 시험을 보고, 새 친구들을 사귀고,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는 등 하버드 MBA에서 보낸 2년의 학교생활을 1인칭 관점의 소설처럼 세밀하게 풀어냈다.

신문기자로 10년간 활동한 저자는 ‘기회비용’이란 개념조차 모르는 경영학 초짜였다. 그에게 개강 전 열리는 분석학 캠프와 재무보고 수업에서 처음으로 교수에게 ‘콜드 콜’(교수가 학생을 지명해 질문하는 하버드대 용어)을 당한 상황은 살 떨리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날것 그대로의 수업 현장과 함께 노벨상 수상자 로버트 머튼, 마이클 포터 등 하버드 MBA 간판교수들, 워런 버핏 등 명사들의 강의와 경영학 핵심 개념들을 알기 쉽게 전달한다.

하버드 MBA를 예찬한 책은 아니다. 저자는 더 좋은 직장과 연봉을 위한 발판으로 하버드 MBA에서 공부하는 엘리트들의 군상, 즉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보다는 고액 연봉을 주는 금융회사 취직에 목숨을 걸면서도 야근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가정생활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에 때론 공감하고 때론 반항한다. 또 매킨지, 구글 입사 실패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하버드 MBA의 환상을 철저히 부순다.

서울의 4년제 대학에 입학하기도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는 배부른 소리라고? 저자는 하버드 MBA 졸업 후 친구들을 찾아다녔다. 가장 행복한 동기생들은 고액 연봉을 보장한 금융회사에 들어가 살인적인 업무 강도와 해고에 불안해하는 이들이 아닌, 비영리기업, 소규모 신생기업에 들어가 자신의 꿈을 묵묵히 좇는 동기들이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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