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심리학을 접목한 연구로 주목받아 온 지상현 한성대 교수. 최근 ‘한중일의 미의식’을 출간한 그는 “3국의 문화를 비교하는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건물 처마만 봐도 그 나라 사람들의 기질을 알 수 있어요. 한국의 완만한 곡선은 유연성을, 중국의 곡선은 관계를 중시하는 성격을, 일본의 직선은 절제미를 상징합니다.”
최근 서울 성북구 한성대 연구실에서 만난 예술대 지상현 교수(55)는 그의 신간 ‘한중일의 미의식’(아트북스)의 내용을 이렇게 요약했다.
이 책은 각국의 미술품을 비교해 세 민족의 심리적 기질을 연구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홍익대 미대를 나와 연세대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이전에도 ‘한국인의 마음’(2011년)을 내는 등 미술과 심리학을 접목한 연구를 해왔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미술품은 ‘문화적 화석’이다. 그 안에 한 민족의 세계관과 인간관, 기본 성격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음악은 채집이 어렵고, 지배층의 향유물인 문학은 당대의 지배 이데올로기가 스며 있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건물 처마뿐 아니라 ‘강박’이라는 키워드로도 세 나라를 비교한다. 청나라 시대의 ‘상아투화운룡문투구(象牙透花雲龍紋套球)’는 상아를 깎아 만든 17개의 공을 겹쳐 완성한 미술품이다. 3대에 걸쳐 완성된 이 예술품에는 성취에 대한 중국인의 강박이 보인다.
“반면 우리는 글자가 가득 새겨진 팔만대장경에서 보듯이 문자에 집착하는 성향이 있어요. 일본은 이념적 강박보다 탐미적 강박이 심해요.”
한국의 해학, 중국의 협객, 일본의 요괴를 비교한 부분도 눈길을 끈다. 일본은 고통을 안겨주는 자연재해의 원인을 무언가에서 찾기 위해 요괴를 만들어 냈다는 것. 반면 지배층의 수탈이 문제였던 우리는 대처법으로 고통을 풍자한 해학이 등장했다. 중국은 협객 이야기를 만들어 지배층에 대한 가상의 응징과 대리만족을 느꼈다.
지 교수는 삼국의 문화를 비교하는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다음 키워드는 ‘충돌’과 ‘대비’라고 했다. “한 나라의 문화가 동질해 보이지만 대비를 통해 형성된 부분이 많아요. 일본은 검박(검소하고 소박)함과 탐미성의 대립이 보여요. 중국은 실용적인 남방문화와 명분을 중시하는 북방문화가 충돌합니다. 우리는 ‘조(躁·흥분)’와 ‘울(鬱·우울)’이 싸우는 형국이고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