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 그래픽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뷰티 인사이드’로 영화감독에 데뷔한 백종열 감독. 그는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해야 한다. 스트레스는 좀 받지만 재미있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CF 감독, 뮤직비디오 감독, 안경·문구 브랜드 운영자, 그래픽·서체 디자이너, 그리고 영화감독까지. 남들은 하나만 해도 벅찬 일을 한꺼번에 하는 사람이 있다. 20일 개봉하는 영화 ‘뷰티 인사이드’로 영화감독에 데뷔한 백종열 감독(45)이다. ‘뷰티 인사이드’는 매일 모습이 바뀌는 우진과 여자 이수(한효주)의 사랑 얘기를 다룬 멜로 영화(12세 이상)다. 그를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2012년 인터넷으로 공개한 광고(도시바 노트북의 ‘뷰티 인사이드’ 광고)가 원작이다. 어떻게 연출을 맡았나.
“제작사인 용필름의 임승용 대표와 친구인데 어느 날 술 마시면서 ‘이 광고가 정말 기발하다. 영화로 만들 테니 감독을 맡아 달라’고 얘기했다. 장난으로 여겼는데 여러 번 반복하기에 진심인 걸 알았다.”
―CF 감독으로 쌓은 명성이 있는데 고민하지 않았나.
“영화에 대한 동경은 있었지만 인간과 신의 세계가 나뉘듯 영화 연출은 아무리 휘저어도 닿지 않는 곳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생각을 조립해 그림으로 형상화한다는 점에서는 같은데, 호흡이 다르다. 처음에는 원룸에 살다가 100평으로 이사 간 기분이었다.” ―광고는 매일 모습이 바뀌던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는 데서 끝난다. 영화는 그 이후의 이야기가 더 비중이 높다.
“광고에선 사랑하는 여자가 남자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자 마법이 풀리듯 남자의 모습이 더 이상 바뀌지 않는다. 여느 동화에서 볼 수 있는 결말 아닌가. 우진의 모습이 바뀌더라도 둘이 행복해지는 것이 완벽한 결말이라고 생각했다.”
―소재는 독특하지만 줄거리는 평범한 연애의 기승전결을 따라간다.
“관객들이 공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변의 연애담을 많이 참고했다. 편집됐지만 우진이 이수에게 ‘너도 매일 변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다. 누구든 기분 좋을 때, 피곤할 때, 얼굴이 매일 바뀌지 않나. 누굴 좋아한다는 건 결국 내면까지 사랑해야 가능하다.” ―우진 역에 출연한 배우가 123명, 이 중 비중 있는 배우가 21명이다. 심지어 여배우에 외국인까지 나온다.
“한효주 씨가 힘들었을 거다. 매일 다른 배우와 연기를 해야 하니 감정이 누적되지 않고, 좀 외로워했다. 극중 이수의 감정과 촬영장에서 효주 씨가 느낀 감정이 거의 비슷했을 텐데 연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살짝 방치했다.” ―그런데 첫 데이트나 키스 등 중요한 순간에는 꼭 잘생긴 남자 배우가 우진으로 등장하더라. 그래서 실은 ‘뷰티 아웃사이드’라는 비판도 나온다.
“인정한다. 아무래도 상업영화다 보니…. 다만 우진이 노력한다는 점을 알아주면 좋겠다. 첫 데이트 때는 멋진 외모가 될 때까지 여러 날을 기다리고, 이수의 직장 동료를 만날 때는 (멋진 얼굴로 변하기 위해) 억지로 다시 잠들었다 깨어난다.”
―예쁜 멜로 영화다 보니 광고나 뮤직비디오 같다는 평도 나올 것 같다.
“내가 광고 감독이라는 걸 아니까 생기는 착시현상 아닐까. 그런 평이 불쾌하다는 건 아니다. 호감인지 비호감인지가 중요하다. 광고든 영화든 결국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느낄 수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영화 홍보 중에도 계속 CF 촬영을 한다고 들었다. 앞으로 또 영화를 할 생각인가.
“성격이 급해 빠르고 속도감 있는 것을 좋아한다. 남자들의 치고받는 격렬한 액션이 굉장히 아름답게 찍히는 것에도 흥미가 있다. 둘 다 매력이 너무나 크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그때그때 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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