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9기 국수전… 방심의 싹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5일 03시 00분


○ 이창호 9단 ● 박영훈 9단
본선 16강 5국 6보(93∼105)

권투로 치면 백이 흑을 코너에 몰아붙이고 신나게 주먹을 뻗고 있는 장면이다. 흑은 공격은커녕 가드를 올리기에 급급한 상황. 백 ○의 침입에 흑 93은 뼈아픈 후퇴. 백 ○를 잡으려면 참고도 흑 1로 둬야 한다. 이후 수순은 흑이 백의 노림에 걸려드는 사례 중 하나. 백 12 때 흑의 응수가 두절된다. 흑이 다르게 응수해도 결과는 참고도와 비슷하다.

흑은 상변에서 실리를 고스란히 내주며 그 대가로 흑 97부터 101까지 백 한 점을 때려내 흑 대마의 안정을 취했다. 일단 백의 공세에 숨죽여 참은 뒤 후일을 기약하겠다는 자세다. 백 102의 단수가 기분 좋다. 중앙을 두텁게 하면서 상변 흑에게 보강을 강요한다. 흑은 백의 요구대로 103으로 지킬 수밖에 없다.

국면의 흐름은 백의 뜻대로 척척 맞아떨어지고 있다. 여기서 조금만 더 고삐를 죄면 결승선을 일찍 통과할 수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백이 너무 순풍에 돛 단 듯 나아가자 방심의 싹이 마음속에서 스멀스멀 고개를 든다. 백 104의 빵때림이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방심의 그림자. 한없이 두터운 곳으로 백의 불안을 말끔히 씻어주는 듯하다. 그러나 흑 105가 놓이자 이창호 9단의 표정이 순간 변한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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