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를 미국 브로드웨이 오리지널팀 공연과 비교했을 때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무대다. 브로드웨이의 맨 오브 라만차가 메탈 느낌의 차가운 무대라면, 한국 공연의 무대는 돌 모양의 지하 감옥이다.
서숙진 무대디자이너는 “국내 초연 무대의 디자인을 의뢰받고 브로드웨이에서 연출가 데이비드 스완을 만났는데 ‘메탈이 아닌 돌로 이뤄진 지하 감옥 무대가 좋겠다’고 제안했다”며 “돌이 층층이 쌓여 마치 지하 우물 안에 죄수들이 사는 듯한 느낌의 연출을 원해 그 주문을 토대로 무대 디자인을 했다”고 말했다.
객석에서 바라본 무대는 흡사 진짜 돌을 쌓아 만든 감옥 같다. 하지만 실제로는 돌이 아닌 스티로폼에 우레탄 코팅을 한 뒤 회색 페인트를 입혀 돌 느낌을 살린 것. 서 디자이너는 “30cm 두께의 스티로폼을 열선으로 일일이 녹여 조각했다”고 설명했다.
무대 전체에 마치 지하 동굴 같은 감옥 느낌을 주기 위해 맨 오브 라만차 무대팀은 본세트는 물론이고 객석 측면에도 본무대 세트와 이어지는 돌 벽 세트를 세웠다. 서 디자이너는 “본무대 세트의 높이는 9m, 객석 사이드 양쪽은 20m 높이”라며 “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볼 때 지하 감옥에 온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웅장한 돌 벽 세트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무대의 또 다른 특징은 지하 감옥이 열리면서 통로가 만들어질 때 사용되는 이동식 계단이다. 이동식 계단은 작품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 중요한 장치로 활용된다. 1막 첫 장면에선 무대 왼편에 수직으로 세워져 통로 문을 막고 있던 이동식 계단이 아래로 펼쳐지며 45도 각도의 계단이 만들어지는데, 주인공 돈키호테와 산초, 그리고 죄수 관리인이 이 계단을 타고 지하 감옥 안으로 등장한다.
2막의 마지막 장면 또한 지하 감옥에서 극중극을 벌이던 돈키호테와 산초가 종교재판에 회부되면서 배우들이 이동식 계단을 타고 올라가 지하 감옥의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서 디자이너는 “이동식 계단은 시소의 원리를 이용했다”며 “밑에서 이동식 계단의 줄을 아래로 당기면 계단이 위로 올라가고, 반대로 줄을 놓아 풀어주면 계단은 위로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2막에서 히피풍의 무어인들이 등장하는 장면도 눈길을 끈다. 이 작품에서 가장 밝고 화사한 장면으로 폭 4.5m의 돌문이 열리면 환한 조명을 받은 해바라기 수백 송이가 마치 햇살을 머금은 듯 표현된다. 4만∼14만 원. 1588-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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