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화-명화 자매가 시작
여름휴가용 전국축제로 성장한 열두살 대관령 국제음악제
전용극장 세우고 대중성 살려 흥행 성공한 무용극 왕비의 잔치
문화 갈증 풀고 지역 관광 살릴 공연 상품 더 많이 나오기를
전인평 중앙대 예술대 명예교수
관광과 문화, 두 단어는 매우 다르게 다가온다. 관광은 돈을 쓰는 것이고, 문화는 돈벌이와 거리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렇게 다른 두 단어를 절묘하게 매치시키는 도시가 있다. 바로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이다. 음악 애호가에게 잘츠부르크라면 가슴이 뛰는 꿈의 도시이다.
잘츠부르크는 고작 인구 15만 명의 작은 도시이다. 이곳에서 1년 내내 축제를 열면서 한 해에 무려 550만 명의 관광객을 빨아들였다. 잘츠부르크 인구 15만 명의 37배이다. 이처럼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로 먹고산다.
가장 유명한 것은 1920년 시작한 잘츠부르크 여름축제로 7∼8월에 5주 정도 계속한다. 2015년에는 188명의 연주자가 44일간 음악회를 진행하였다. 이 기간에 28만 명의 손님이 찾아왔다. 이제 이 축제는 유럽 최고의 축제로 자리 잡았다.
이 밖에도 일주일간 모차르트 생일을 기념하는 모차르트 주간, 현대음악 축제 아스펙트(Aspekte) 잘츠부르크 프로젝트, 잘츠부르크 부활절 축제 등이 있다. 순수 음악 축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해마다 가을이면 잘츠부르크 재즈 가을 축제가 열린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음악 페스티벌이 있다. 정경화 정명화가 2004년 시작한 대관령 국제음악제이다. 금년에는 7월 14일부터 8월 3일까지 삼복더위 기간에 열려 한 방에 더위를 날리며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안성맞춤의 문화 행사였다.
이 음악제 기간에는 대관령 국제음악제 음악학교가 열려 참가 학생은 개인레슨, 마스터 클래스 등에 참가한다. 이 음악제는 기성 음악인의 무대이기도 하지만 젊은 음악인을 배려하는 주최 측의 섬세한 의도가 돋보인다.
이제는 교통이 편해졌다. 아침에 서울에서 출발하여 이곳저곳 맛집을 찾아 즐기다가 음악회를 참관하고 강릉까지 가서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세계적 탤런트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이영애가 출연하는 드라마 ‘신사임당’이 곧 방영된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강릉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 이 국제음악제가 지역을 넓혀 강릉 지역과 연계해 본다면 드라마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국악계에서도 괄목할 만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립부산국악원은 해운대 그랜드호텔에 ‘왕비의 잔치’ 전용 극장을 개관하여 7월 28일부터 장기 상설 공연을 하고 있다. 이 공연은 부산시와 부산국악원이 제작하였는데, BNK금융그룹 등의 지원까지 받아 더욱 완성도를 높이게 되었다. 말하자면 관민 합동 작품이다.
이 공연은 해외 관광객이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무용극으로, 전통춤에 스토리를 얹은 종합무대이다. 이 공연에서는 궁중 춤의 화려함 및 영남지방 전통놀이인 부산농악과 어방놀이, 고성말뚝이, 야류 등 신명 넘치는 영남 지역 춤을 즐길 수 있다.
“국악을 널리 알리고 재미를 더하여 우리나라 사람은 물론이고 외국인까지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보았습니다.” “이 공연은 부산지역 관광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부산국악원 서인화 원장의 말이다. 말하자면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야무진 결의가 보인다.
“정말 훌륭하고 격조 높은 100만 원짜리 공연이다.” 개막 공연을 관람한 서병수 부산시장도 거들었다. 이 작품은 공연을 거듭하면서 보기 드물게 대박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궁중의 고상함과 서민의 신명을 함께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와 관광은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가야 한다. 이제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고 보니, 즐기는 시간도 갖고 싶어 한다. 문화계는 이러한 시대적 욕망을 해소해 주어야 한다.
우리나라에 여름휴가용으로 대관령 국제음악제가 있다면, 지역 문화를 바탕으로 한 문화관광 상품으로는 ‘왕비의 잔치’가 있다. 이 두 행사는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벌어지는 문화 행사이기에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와 같은 문화 상품이 더욱 발전하여 품위 있게 즐기려는 국민들의 문화 갈증을 해소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댓글 1
추천 많은 댓글
2015-08-25 13:42:04
인재는 많으나 문화를 즐기는데는 인색합니다..많은곳에서 자치단체 축제라고 지방관청에서 정부예산을 얻어 막걸리 축제는하나 진정 예술은 별로 없습니다; 이에 전교수님께서 좋은 지적을하셨군요.지방 관청에서 조금더 머리를 쓰면 우리도 전통을 이어갈 예술행사가 자리잡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