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내일이 더 궁금한 젊은 작가 16인 상상력 잔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6일 03시 00분


송은아트큐브 그룹전 ‘서머 러브’

윤정희 씨(37)의 ‘비커밍 15’. 가는 구리선을 뜨개질하듯 엮어 중첩시킨 폭신한 질감의 구형 설치물이다. 송은문화재단 제공
윤정희 씨(37)의 ‘비커밍 15’. 가는 구리선을 뜨개질하듯 엮어 중첩시킨 폭신한 질감의 구형 설치물이다. 송은문화재단 제공
갤러리 또는 미술관이 지원하는 젊은 작가들의 공동기획전은 대개 ‘모 아니면 도’다. 같은 작가의 같은 작품도 참여 전시에 따라 확 달라 보인다. 개성과 밀도의 편차가 완연한 작품을 한데 끌어 모아 선보이는 전시는 공간의 품과 기획의 수준을 확인시킨다. 9월 19일까지 서울 강남구 송은아트스페이스(02-3448-0100)에서 열리는 ‘서머 러브: 송은아트큐브 그룹전’은 모 쪽에 가깝다.

설립 5주년을 맞아 지금까지 송은아트큐브 전시지원 공모에 선정된 작가 16명의 조각, 드로잉, 사진, 설치, 영상 등 미공개 최근작을 선보인다. 작품 43점이 빽빽함과 헐거움 사이 어디쯤의 공기를 이루도록 3개 층 전시실에 영리하게 안배해 걸었다.

모든 전시실 한쪽을 관통하는 보이드(void·수직으로 뚫린 공간) 벽면에는 김재범 씨(39)의 7.5m 높이 프린트물 ‘부절절한 만남’이 걸렸다. 말레이시아를 찾았다가 온몸에 검은 부르카를 두른 채 형형색색의 화려한 신발과 가방을 든 여성들을 보고 착안했다. 부르카를 판매하는 사이버쇼핑몰 웹 페이지 디자인. 발칙하지만 흥미롭다.

김희영 씨(30)의 ‘월 페이퍼’는 카페에서 주는 일회용 컵의 플라스틱 뚜껑,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쓰는 플라스틱 포크와 숟가락을 벽면에 장식처럼 붙였다. 가까이 다가서서 보면 뚜껑, 포크, 숟가락을 본떠 제작한 도예 작품이다. 잠깐 쓰이고 폐기된 것들을 재가공해 그럴듯한 모양과 쓸모의 패턴을 이뤄냈다.

캔버스 한가득 빽빽하게 온갖 꽃을 채운 아크릴화는 김지선 씨(29)의 신작이다. 화려한 색채로 섬세하게 그렸지만 색도 형상도 현실 속 꽃의 모습과는 거리가 상당하다. 가득 채운 붓질 너머를 궁금하게 만든다. 최병석 씨(34)의 설치물은 고문 기구나 치과 의자를 연상시킨다. 가죽을 재단해 유아용 신발을 만드는 기구를 작품으로 내놓고 그 기구로 만든 신발을 전시실에서 판매한다. 인물과 풍경 사진 위에 모델의 심상을 텍스트로 바느질한 김진희 씨(30), 고향 바다의 소리와 불빛을 전시실에 재현한 부지현 씨(36). 모두 지금보다 내일이 궁금해지는 작가들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송은아트큐브 그룹전#서머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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