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는 반상에 남은 유일한 공터를 공략한 수. 여기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면 더이상 비빌 언덕이 없다. 흑 ○에 직접 응대하는 것은 흑의 의도에 휘말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백 126의 동문서답은 기세이자 정수.
흑은 127, 129로 좌변 백을 갈라놓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백도 130부터 좌변 흑을 공략하며 중앙과 쉽게 연결하는 길이 있어 타개가 어렵진 않다.
그런데 백 138로 지나가는 길에 가볍게 들여다본다는 것이 실착이었다. 흑이 이을 것을 기대했으나 139로 반발하자 딱히 응징할 길이 없다. 이런 응수타진에 정교했던 이창호 9단이 흑의 반발을 깜빡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국후 검토에서 백 138로는 참고도 백 1로 패를 계속해야 했다. 흑은 어차피 팻감이 부족해서 흑 4, 6으로 물러서는 게 최선. 이때 백 9까지 우변 실리를 챙기면 여전히 우세를 굳건히 지킬 수 있었다. 흑 10 이하의 반격은 백 23까지 성립하지 않는다. 흑 139 때문에 좌변 패에 대한 백의 부담이 커져 결국 152로 중앙과 이어갈 수밖에 없었던 점이 백의 아픔이다. 어느덧 한참 뒤떨어져 있던 흑이 슬그머니 쫓아와 점점 거리를 좁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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