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자칭 ‘수많은 밤을 괜찮은 맥줏집에서 곤드레만드레 취한 채로 보낸 맥주 칼럼니스트’다. “어떤 맥주를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들을 위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서문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순서대로 정독할 사람은 드물 거다. 이 책의 뚜렷한 효용은 두 가지. 거실 또는 주방 근처 책꽂이에 비치하기 좋은 모양새, 그리고 ‘오늘 저녁 뭘 마실까’에 대한 구체적 정보다. 수입사 폭리로 가격은 대개 턱없지만 어쨌든 다양한 수입맥주를 여러 경로를 통해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사실이므로 구매 참고 자료로 효용이 있어 보인다.
함정은 지은이의 거주지가 미국 뉴욕이라는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편견이라고 하지만 병맥주는 최종 가공 지역에 따라 맛이 다르다. 지은이가 ‘가장 좋아한다’고 꼽은 맥주는 현재 국내에 수입되지 않는다. 다른 추천 맥주를 마셔 봤는데 맛이 영 아니다 싶으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지역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뉴요커 주당이 쓴 이 책을 국내 독자가 맘 편히 따르기 어려운 함정은 또 있다. 맥주는 열과 빛에 의해 맛과 향이 쉽게 변한다. 저자는 “자외선에 노출된 맥주는 이소휴물론 성분의 변질로 인해 스컹크 방귀 냄새를 풍긴다”고 했다. 밀폐된 냉장차량으로 병맥주가 운송되는 모습을 본 적 있는가. 냉장고 밖 진열대에 잔뜩 쌓아놓고 파는 맥주를 집에 가져와 차갑게 식혀 먹는 것이 국내의 보편적 맥주 소비 형태다. 이 유통 관행이 바뀌지 않는 한 정말 맛난 병맥주를 만나기란 불가능하다. 책에 소개된 온갖 맥주의 미묘한 맛 차이를 직접 확인하고 싶다면, 제조일자와 보관 상태부터 챙기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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