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 공간과 어우러진 무심한 채색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벨기에 작가 쿤 반 덴 브룩展

쿤 반 덴 브룩의 유채화 ‘하바나’(2015년). 갤러리바톤 제공
쿤 반 덴 브룩의 유채화 ‘하바나’(2015년). 갤러리바톤 제공
10월 8일까지 벨기에 화가 쿤 반 덴 브룩(42)의 개인전 ‘Sign Waves’가 열리는 서울 강남구 갤러리바톤은 위치가 묘하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단지 내 상가 옆. 주소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으면 근처 식료품가게 앞에서 두리번거리기 쉽다. 지하철역과 백화점에서 걸어서 10여 분 거리라 작품만 보러 오기에는 애매하다.

작가는 도시 공간의 구석진 곳을 사진으로 촬영한 뒤 이미지 요소를 선별해서 빛과 그림자를 선명하게 끄집어내 그리는 유채화를 주로 선보여 왔다. 철제 울타리가 아스팔트 도로 위로 드리운 그림자, 보행자도로의 야트막한 턱 모퉁이에 생긴 둥그스름한 음영, 소나기 빗물 자국이 한구석에만 살짝 남은 시멘트길…. 버스를 기다리며 멍하니 시선을 얹어놓는 경관이 그대로 예술작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운하에서 바라본 물결, ‘폐품 조각가’ 존 체임벌린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은 비구상 최근작도 함께 선보인다. 무심한 채색이, 서울 강남 모퉁이 공간과 야릇하게 어울린다. 02-597-5701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