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하 백이 교묘하게 살아가자 형세는 다시 백 유리로 돌아섰다. 하지만 느낌상 ‘백 유리’일 뿐 실제 차이는 아주 미세하다. 그런데 이창호 9단도 순간 마음이 놓여서일까. 백 172의 팻감은 위험했다. 흑이 이 팻감을 무시하고 참고 1도 흑 1로 두면 재역전당할 뻔했다. 참고 1도 백 2, 4는 흑 11까지로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백 4로는 ‘가’ ‘나’를 선수하는 정도인데 흑 1을 능가할 수 없다.
그러나 흑이 173으로 덜컥 받아준 덕분에 백은 팻감 하나를 벌었다. 결국 흑은 181로 물러섰다. 박 9단은 초중반 불리를 딛고 ‘유리’라는 말을 쓸 수 있을 즈음에 다시 ‘박빙’으로 내려앉은 것이 못내 아쉽다. 번민과 자책이 머릿속을 교차한다.
반상 최대인 백 184를 본 박 9단은 더이상 참지 못하고 폭발한다. 여기서 뼈를 묻겠다고 선언하듯 흑 185로 막았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참고 2도 흑 1로 참는 것이 정수. 백 2로 넘는 수가 크긴 해도 아직은 미세한 형세였다. 흑 189의 침입으로 건곤일척의 승부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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