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의 뿌리, ‘국민학교’의 추억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일 03시 00분


부부작가 로와정 개인전

학교에서 전기회로 만들기 실습 때 쓴 재료로 만든 ‘Live and Let Live’. 스페이스BM 제공
학교에서 전기회로 만들기 실습 때 쓴 재료로 만든 ‘Live and Let Live’. 스페이스BM 제공
초등학교 때 쓰던 목재합판 책상 위에 14인치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이 하나 놓여 있다. 화면은 온통 유성 펜으로 까맣게 칠했다. 틀어놓은 애니메이션 영상의 움직임이 괴팍한 펜선 사이로 슬쩍슬쩍 눈에 들어온다. 어쩐지 익숙한 사운드다. 1980년대에 국민학교(초등학교)를 다닌 세대라면 대부분 기억할 미국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다.

“돌아보면 끔찍하게 잔인한 내용과 표현인데, 제리에게 당하는 톰이 너무 불쌍했는데, 그런 생각을 자유롭고 솔직하게 말할 수 없었다. ‘다수의 동의를 얻은 것이 정답으로 통한다’는 현실을 눈치껏 파악하는 공간이 그 시절의 국민학교였다. 그렇게 주입받은 메시지에 대한 부정의 몸짓을 드러내고 싶었다.”

9월 30일까지 서울 용산구 스페이스BM(02-797-3093)에서 개인전 ‘Live and Let Live’를 여는 부부작가 로와정(노윤희 정현석)의 설명이다. 정현석 씨는 “중심과 주변,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에 대한 고정관념의 원인을 더듬어 올라간 끝에 국민학교가 있었다”고 했다.

버려진 목재를 샌드페이퍼로 다듬어 액자를 만든 뒤 쓸모없어진 그 샌드페이퍼를 끼워 작품으로 걸었다. 우유를 먹기 싫어 급식에 참여하지 않았다가 교사로부터 “왜 다른 애들처럼 안 하느냐”고 면박받았던 기억은 ‘Good Answer’라는 노끈 텍스트에 썩은 우유팩을 매달아 구겨버린 설치작품으로 재현했다. 머리 뒤에서 비춘 조명으로 얻은 실루엣을 본떠 그린 드로잉은 ‘삶에 지쳐 고개 가로젓기를 포기한, 고개를 가로젓지 않아야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음을 배워가는’ 자아에 대한 스케치라는 설명이다. 일관된 부정의 메시지. 부연설명 없이 얼마나 감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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